▲영화 <연애의 맛>에서 길신설 역의 배우 강예원이 7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배우 강예원의 뒤를 쫓다보면 눈물과 웃음이 공존한다. 시트콤 <허니허니>로 데뷔한 이후 14년 경력을 쌓는 동안 천만 관객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고(영화 <해운대>), 가족을 소재로 애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영화 <헬로우 고스트>). 게다가 최근 출연한 MBC 예능 <진짜 사나이>에선 왕눈이 안경에 홍조기 어린 모습으로 시청자들 앞에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어느새 강예원은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배우로 관객 앞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연애의 맛>도 그녀가 걸어왔던 일련의 행보와 이어진다. 강예원이 맡은 역할은 비뇨기과 원장인 노처녀 길신설. 30대 노처녀로 뭇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성장하는 캐릭터다. 실제 강예원과 묘한 접점이 있어 보인다. 영화 개봉 직후였던 지난 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강예원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 로맨틱 코미디? "제대로 로맨스와 코믹함 보인 적 없다고 생각" 길신설이 사랑에 빠지는 대상은 산부인과 전문의 왕성기(오지호 분)다. 길신설과 함께 연애에 있어서는 초보다. "쉽게 말해 나이만 먹은 연애고자들 이야기"라고 강예원이 시원하게 정의했다. "남자는 잘 모르지만 '연애의 끝'은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한 강예원이 길신설 안에 일부 담겨 있었다.
"남 연애 상담을 잘 해주는 편인데 내 연애는 항상 서툴다. 어느덧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 게 귀찮아지더라. 서로를 길들이는 과정도 그렇고. 그래도 일단 시작하면 최선을 다했다. 가끔 지금의 날 보면 결혼도 안 하고 뭐하고 살았는지 허무할 때가 있는데 깊게 만났던 연애 경험이 내겐 뿌리 깊은 추억이 될 때가 있더라. 사람들이 내가 로맨틱 코미디를 꽤 했다고 하던데 정작 제대로 된 로코는 하지 않았다. 적어도 사람들 눈에는 내가 로코에 어울려 보이는 거잖나. 또 예능에 나가도 남자 출연자들과 엮이곤 하는데 좋게 봐주신다면 감사한 일이다. 개인적으론 <색즉시공> 같은 작품을 만나고 싶었다. 장르 복합도 좋아하는데 <연애의 맛>엔 19금 코드도 있고,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함께 출연한 하주희씨 캐릭터가 노출이 많아서 일부 여성 관객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는데 내 장면에서 그걸 해소시켜드리고 싶었다. 성 상품화가 아닌 자연스러운 웃음이 중요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연애의 맛>은 쉽게 접근 가능하면서도 무시당하기 쉬운 소재였다. 결혼 시기를 놓친 성인 남녀 조합에 관능적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B급 코미디가 될 위험이 있었지만 강예원은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뿌듯해했다. 그녀의 말대로 꼭 예술영화, 진지한 모습으로 늦은 사랑의 감정을 풀 필요는 없어 보였다. 유쾌한 감성 안에서 강예원은 최대한 관객에게 다가가려 했다.
질투와 욕심 버리니, 강예원이란 브랜드가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