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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예원 "'연애의 맛' 하주희 노출이 너무 많아서..."

[인터뷰] "성 상품화 아닌 자연스러운 웃음 위해 최선 다 했어요"

15.05.18 10:05최종업데이트15.05.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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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연애의 맛>에서 길신설 역의 배우 강예원이 7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연애의 맛>에서 길신설 역의 배우 강예원이 7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정민

배우 강예원의 뒤를 쫓다보면 눈물과 웃음이 공존한다. 시트콤 <허니허니>로 데뷔한 이후 14년 경력을 쌓는 동안 천만 관객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고(영화 <해운대>), 가족을 소재로 애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영화 <헬로우 고스트>). 게다가 최근 출연한 MBC 예능 <진짜 사나이>에선 왕눈이 안경에 홍조기 어린 모습으로 시청자들 앞에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어느새 강예원은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배우로 관객 앞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연애의 맛>도 그녀가 걸어왔던 일련의 행보와 이어진다. 강예원이 맡은 역할은 비뇨기과 원장인 노처녀 길신설. 30대 노처녀로 뭇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성장하는 캐릭터다. 실제 강예원과 묘한 접점이 있어 보인다. 영화 개봉 직후였던 지난 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강예원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 로맨틱 코미디? "제대로 로맨스와 코믹함 보인 적 없다고 생각"

길신설이 사랑에 빠지는 대상은 산부인과 전문의 왕성기(오지호 분)다. 길신설과 함께 연애에 있어서는 초보다. "쉽게 말해 나이만 먹은 연애고자들 이야기"라고 강예원이 시원하게 정의했다. "남자는 잘 모르지만 '연애의 끝'은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한 강예원이 길신설 안에 일부 담겨 있었다.

"남 연애 상담을 잘 해주는 편인데 내 연애는 항상 서툴다. 어느덧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 게 귀찮아지더라. 서로를 길들이는 과정도 그렇고. 그래도 일단 시작하면 최선을 다했다. 가끔 지금의 날 보면 결혼도 안 하고 뭐하고 살았는지 허무할 때가 있는데 깊게 만났던 연애 경험이 내겐 뿌리 깊은 추억이 될 때가 있더라.

사람들이 내가 로맨틱 코미디를 꽤 했다고 하던데 정작 제대로 된 로코는 하지 않았다. 적어도 사람들 눈에는 내가 로코에 어울려 보이는 거잖나. 또 예능에 나가도 남자 출연자들과 엮이곤 하는데 좋게 봐주신다면 감사한 일이다. 개인적으론 <색즉시공> 같은 작품을 만나고 싶었다. 장르 복합도 좋아하는데 <연애의 맛>엔 19금 코드도 있고,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함께 출연한 하주희씨 캐릭터가 노출이 많아서 일부 여성 관객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는데 내 장면에서 그걸 해소시켜드리고 싶었다. 성 상품화가 아닌 자연스러운 웃음이 중요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연애의 맛>은 쉽게 접근 가능하면서도 무시당하기 쉬운 소재였다. 결혼 시기를 놓친 성인 남녀 조합에 관능적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B급 코미디가 될 위험이 있었지만 강예원은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뿌듯해했다. 그녀의 말대로 꼭 예술영화, 진지한 모습으로 늦은 사랑의 감정을 풀 필요는 없어 보였다. 유쾌한 감성 안에서 강예원은 최대한 관객에게 다가가려 했다.

질투와 욕심 버리니, 강예원이란 브랜드가 탄생했다

이정민

강예원은 한국 영화계의 소중한 브랜드다. 완벽하거나 진지하진 않아도 진정성을 잃지 않는 캐릭터를 표현해왔다. 여배우라면 모름지기 작품성, 예술성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텐데 그녀는 "멋있고 잘난 모습보다는 조금은 겸손하고 모자란 모습이 나와 어울린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자신만의 특징이 있고, 거기에 맞는 길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남의 것을 탐내지 않으려 한다. 차라리 내가 당했으면 당했지 멋있는 척은 못할 거 같다. 사실 20대에 이미 포기했다(웃음). 누구보다 예쁘게 나와야 한다거나, 질투하기보다는 생긴 대로 살자는 주의다. 물론 콤플렉스는 최대한 극복하려 한다. 발전을 시키되 못난 내 모습에 괴로워하진 않는다.

오히려 상대의 행복감을 찾아주는 편이다. 언제부턴가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친구 중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이가 있다. 강사였던 친구가 정교수를 준비하던 때에 난 연예인이랍시고 전시회를 했다. 다른 작가가 그 친구에게 '강예원이 배우라고 쉽게 전시회를 하는데 질투 안 나냐'고 물었더라. '예원이는 질투 나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만큼 날 배려한다'고 답했더라. 깜짝 놀랐다. 미술학도인 친구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려 했고,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그걸 알아줘서 진짜 고마웠다. 오히려 난 그 친구가 날 이용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주위 소중한 사람들과 진심으로 살아가는 게 강예원의 낙이었다. "배우로 크게 성공하진 않았지만 일찍 내 본질을 알고 이렇게 살 수 있는 게 큰 복인 거 같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진심이 느껴졌다.

쉽게 오지 않은 길..."매 순간이 절실했다"

이정민

<진짜 사나이> 역시 강예원에겐 한 번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본래 눈물이 많지만 남 앞에서 잘 울지 않는다는 그녀가 방송에서 펑펑 울었다. 일부 누리꾼들이 악플을 달기도 했지만 강예원은 "처음엔 우는 내 모습이 너무 싫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는데 라디오 프로에 출연하면서 보니 시청자 분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괜히 겁먹고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도전하는 게 낫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전생에 무슨 한이 있는지 그렇게 눈물이 많다(웃음). 평소엔 몰래 울면 되지만 쇼 프로에서는 숨을 곳이 없잖나. 그대로 다 담긴 거지. 물론 <진짜 사나이> 출연을 두고 많이 고민하긴 했다. 과거엔 시도조차 못했다면 지금은 시도라도 하는 거다. 타석에 들어서면 일단 휘둘러야 안타를 치지 않겠나.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일단 해야지."

조심스럽게 그녀의 과거를 물었다. 혼나면서 연기했던 일, 흥행 배우로 흐름을 타다가 잠시 주춤했던 순간을 언급하자 강예원의 눈이 더욱 깊어졌다.

"나도 그때가 가장 답답했다. 작품이 끝나고 다른 작품을 하기까지 목줄이 위태로운 기분이었다. 참 신기한 게 그렇게 간절하다보면 작품을 하게 된다. 매니저가 그러더라. '우린 죽을 거 같은데 누가 보면 강예원이 쉽게 작품 하는 줄 알겠다'고. 남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나만 한 계단씩 밟고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물론 배우 지망생 분들 입장에선 이게 복에 겨운 소리일 수 있다.

분명한 건 너무 복잡한 생각을 하기보단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때가 있는 거 같다. 어떨 때는 내 의도와 상관없이 흘러갈 때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 깜짝 놀랄 일들이 언제 또 일어날지 기대하며 살기로 했다. 그렇다. 진짜 최선을 다했다. 감히 얘기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된다. 내 인생이 어디로 튈지 나도 모르겠다!"

이정민


강예원 연애의 맛 진짜 사나이 오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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