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볼' 야신 김성근, 스승의 미소16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파울볼>시사회에서 김성근 전 고양원더스 감독이자 현 한화이글스 감독이 미소를 지으며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파울볼>은 우리나라 최초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 선수들과 김성근 감독이 '프로구단 진출'이라는 꿈을 향해 질주한 1,093일간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정민
5000명 규모의 유소년 야구 꿈나무가 있고,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하는 인원만 해도 매년 700여명이라지만 해마다 생기는 야구실업자 수도 700명에서 800명 규모다. 호황기인 프로야구리그 이면엔 그만큼 제대로 뛰어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숨은 선수들이 있다.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파울볼>이 야구에 죽고 살았던 숨은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엔 현 한화이글스의 김성근 감독이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16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그간 못 다했던 속내를 털어놨다.
김성근 감독은 시사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세상에서 버림받은 선수들이 모인 고양원더스처럼 영화 역시 제작이 어려웠던 걸로 알고 있었다. 완성 자체가 안 될 줄 알았던 영화가 온전하게 나와서 고마운 일"이라며 "(한화 이글스가 훈련했던) 오키나와 캠프에서 영화를 먼저 봤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눈물을 흘렸다"는 말부터 전했다.
"인생은 곧 순간의 싸움이자 승부...책임전가 하지 않았다"고양원더스는 2011년 9월 창단해 2014년 12월 해체했다. 미국, 일본과 달리 독립구단리그가 따로 없는 여건에서 고양원더스는 프로야구팀에서 방출됐거나 프로팀 진출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을 훈련시켜 프로팀에 입단시키려는 목적으로 출범했다. 김성근 감독은 창단부터 해체 때까지 팀을 맡아 선수들을 이끌었다.
김성근 감독은 "인생이란 곧 순간의 싸움이자 승부"라면서 "요즘 자기 길을 잃은 사람들이 많은데 <파울볼>을 통해 사람들이 언제든 다시 도전할 기회가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야구라는 단어로 세상에 호소할 부분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영화 제목인 '파울볼'은 평소 김성근 감독의 야구 철학이 담긴 단어다. 김 감독은 "야구에서 파울볼은 한 번의 공격 실패를 뜻하지만 아직 아웃이 아닌 기회의 상태"라며 "실패하고 나서도 기회가 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하다. 인생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며 이게 야구와 영화의 공통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6개의 프로구단 감독을 맡았고, 3번의 한국 시리즈 우승과 4번의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지만 김성근 감독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이 팀에서 쫓겨난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김성근 감독은 "(실업팀 포함) 열 두 번인가 쫓겨난 거 같은데 한가한 사람들이 그걸 또 세고 있더라"며 자조 섞인 말을 내뱉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팀 해체는 사상 초유의 경험이었다.
"내가 스승이라는 생각을 하기보다 데리고 있는 선수의 인생을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산다. 우리 집 자식이 세 명인데 그네보다 남의 집 자식을 걱정할 때가 많더라. 지도자라는 사람은 부모 입장에서 선수를 대해야지 감독 입장으로 대하면 반드시 거리감이 생기게 마련이다. 24시간 선수를 걱정해야 한다. 어떡하면 그를 살릴 수 있을지 골몰하는 게 감독이다. 거짓 없이 선수를 순수하게 대하는 게 지도자의 기원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위해서 선수를 통해 내가 득을 본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아마 모든 감독의 인생이 그럴 거다. 잘못은 내게 있고 잘한 건 아이들에게 있는 거다. 살면서 책임전가를 해본 적이 없다. 선수가 잘못했을 때 야단치지 않는다. 내 선수가 못하면 내 지도방법이 나쁜 거다."그라운드의 이방인이 야신이 되기까지 "야구하면서 항상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