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 SNL 코리아 >에 출연해 '빨개요' 무대를 선보인 이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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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고 닳은 이야기지만, 여전히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인식에 있다.
최근 한 매체에서는 < SNL 코리아 >에서 이국주가 선보인 현아의 '빨개요'가 웃음을 자아냈던 것을 두고 "어찌됐든 그 밑바탕에는 과체중 여성의 섹시한 무대는 낯설거나/웃기거나/통념을 깨는 것이라는 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며 "뚱뚱한 개그우먼의 계보가 굳건히 이어지고 있는 건, 그리고 이들이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이 여전히 비슷하다는 건, 우리에게 몸매 선입견이 얼마나 굳건한지, 그리고 여전한지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OSEN, 현아 vs 이국주, 우리가 스타의 '몸'을 소비하는 방식)
그렇다. 현대 사회에서 몸에 가해지는 여러 가지 통제는 점점 그 힘을 얻어가고 있다. 특히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는 더욱 거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3년 밝힌 자료에 따르면 거식증, 폭식증 등 섭식장애의 80%는 여성이었다. 2010년에는 한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그런 뚱뚱한 몸으로 미니스커트를 입느냐, 팬티가 다 보이겠다"고 말하고, 이를 항의하는 승객을 폭행해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런 '유별난' 경우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여성을 향한 엄격한 시선은 어렵지 않게 맞닥뜨릴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시선 속에서 여자 개그맨 또한 자유롭지 않다. '캐릭터를 얻어 떠야만' 하는, 소수만이 혜택받는 세계를 택한 만큼 이를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이를 극복하는 건 온전히 개인의 숙제로 전가된다. B PD는 "개그맨과 인간으로서의 두 가지 지향점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내적 갈등이 끊임없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를 두고 한 개그맨은 "남들보다 뚱뚱한 몸매를 캐릭터로 이용해 인기를 얻고 나니, 무엇을 해도 그와 비슷한 캐릭터에서 벗어날 수 없더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개그맨은 한 매체 인터뷰에서 "연기를 하더라도 늘 정해진 캐릭터를 했고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다"며 "방송을 하면서도 상처를 받을 일이 많았다. 여자 개그맨이다 보니 외모에 대한 비하도 스스로 할 때도, 남들이 나에게 할 때도 있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예쁜 것을 추구하는 것은 본능이다, 무엇이 나쁘냐'고 반론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대중이 이와 같은 형식의 개그를 원한다'고 답한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발언들이 공공연하게 타인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때, 이것이 일종의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국적, 인종, 성, 종교, 성 정체성, 정치적 견해, 사회적 위치, 외모 등을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발언)가 된다는 데 있다.
또한, 그것이 '웃음'으로 포장된다고 해서 그 속에 담긴 차별적 시선도 함께 희석되는 건 이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이윤소 활동가는 "외모를 가지고 놀리는 것이 한국에선 허용되는 경우가 유독 많다"며 "그것이 차별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약자를 상대로 하는 코미디는 비겁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