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맨> 포스터
KBS
결국 사람이 승리했다. 영원할 것 같던 권력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자본도 끝내 똘똘 뭉친 사람을 이기지는 못했다. 승리를 이끈 건 결국 정직함, 진실, 그리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었다.
KBS 2TV 월화드라마 <빅맨>이 17일 종영했다. 현성그룹과 강동석(최다니엘 분)은 몰락했고, 김지혁(강지환 분)은 현성에너지 회장 자리에 오른 것에 이어 사랑까지 얻으며 완벽한 해피엔딩을 맞았다. 반전은 없었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작가의 세계관은 마지막회에 이르러 더욱 노골적으로 표현되었을 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자체는 변함이 없었다.
가령 지혁이 현성에너지의 경영권을 빼앗아오는 과정에서, 지혁의 버팀목이 된 것은 수많은 개미군단이었다. 0.1%도 되지 않는 그들의 주식이 모여 결국에는 강 회장(엄효섭 분)과 동석(최다니엘 분)의 경영권을 빼앗을 만큼의 힘이 생긴 것이다. 이는 "투표하면 바꿀 수 있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가치를 연상시킨다.
이뿐 만이 아니다. 쉬운 길이 있음에도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지 않고, 끝까지 주변 사람을 믿고 의지함으로써 새로운 길을 만들어낸 김지혁의 일관된 자세는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노사분규가 없고, 이중장부가 없으며,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한다는 것을 강조해 사업권을 따내는 장면은 비록 비현실적이긴 해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지혁이 회장 자리에 오른 뒤에도 사원들과 함께 밤을 새워 사업 계획서를 만들고, 그들과 짜장면 내기를 하며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하지만, 아직은 힘들다고 생각했던 세상을 <빅맨>은 마지막 회에 이르러 모두 보여줬다. 그리고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라고.
물론 배운 게 없고, 가진 게 적어도, 정직하게 부딪히고 최선을 다하면 결국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은 자칫 교과서적인 이야기로 비칠 수 있다. 학력이 높지 않아도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고, 회사에서 함부로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으며, 노사가 평등한 관계에서 회사를 이끄는 현실 역시 정말로 '꿈' 같은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교과서 속 이야기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애써 부정하거나 평가 절하할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소중하게 지켜가야 할 의미 있는 가치에 더 가깝다.
따지고 보면 <빅맨>이 꿈꿨던 그런 세상에 전혀 다가가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독재 정권에서 사형까지 선고받은 민주투사가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나라다. 또한 고졸 출신의 변호사를 직접 우리의 손으로 뽑아 대통령으로 만든 경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의 아주 작은 부분을 바꿨을 뿐이다. 세상은 넓고, 고쳐야할 것은 많다. 그래서 이날 <빅맨> 속 김지혁의 1주년 취임사는 더욱 의미가 있다.
"마치 제가 세상을 다 바꿨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바꾼 건 세상 전체가 아니라, 아주 작은 일부였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고 착각했던 거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변화될 것입니다. 저는 제 꿈을 이뤘습니다. 이제 또 하나의 세상을 꿈꿔봅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정직한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 사람이 제일 소중한 가치가 되는 세상! 솔직히 지금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직한 사람이 뒤처지고 사람보다 돈이 앞섭니다. 하지만 전 믿습니다. 반드시 옵니다. 그 꿈같은 세상은..."드라마는 끝났고, <빅맨>은 질문을 던졌다. 이제 시청자가 대답할 차례다. 그런 꿈같은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정말로 오는 것인지. 만약 온다면, 그런 세상을 맞이하기 위해 당신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