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강민경과 장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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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아이돌의 연기 도전에 유독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어색한 연기가 극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연기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상황에서, 그저 인기만으로 주요 배역에 캐스팅되는 몇몇 아이돌 멤버의 경우에는 딱딱한 대사톤과 시종일관 똑같은 표정으로 시청자의 손발을 굳게 만들곤 한다.
다비치의 멤버 강민경과 젝스키스 출신의 장수원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강민경은 SBS <웃어요 엄마>에서 선보인 이른바 '익룡연기'로 인해 '발연기'의 상징이 됐으며. 장수원은 KBS <사랑과 전쟁> 아이돌 편에 출연하여 '로봇연기'의 창시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어느새 이들은 어색하고 서툰 연기의 대명사가 되었고, 누리꾼들의 질타와 조롱은 한동안 계속됐다. 이들에게 있어 연기란 어쩌면 감추고 싶은 과거일 수 있으며, 아물지 않은 상처일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을 한자리에 모은 28일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의 의도는 누가 봐도 분명해보였다. '연기의 神 '이라는 특집명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들의 부족한 연기실력을 소재삼아 방송의 재미를 뽑아내겠다는 기획이었다.
특히 이날 함께 출연한 에프터스쿨 리지와 배우 박동빈은 크게 흠(?)잡을 만한 점이 없었다는 점에서, <라디오스타> 제작진과 MC들의 공격 본능은 자연스레 강민경과 장수원에게 집중됐다.
MC들은 강민경과 장수원이 연기했던 방송 장면을 함께 보며 '키득'거렸고, 그들이 보여준 어색한 연기를 따라하며 끊임없이 놀려댔다. 때로는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싶을 만큼의 수위 높은 '디스'도 이어졌다.
하지만 강민경과 장수원은 자신들의 부족했던 연기를 '쿨'하게 인정했으며, "당시 감독님들도 큰 기대는 안하고 촬영했을 것"이라며 '자폭' 개그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구라의 표현대로, 정말 호인이 따로 없을 만큼 이 둘은 이날 방송 내내 시종일관 미소를 유지했고,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질문에도 끝까지 웃으며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스트를 배려하지 않는 것이 <라디오스타>의 정체성이라 할지라도, 이날 두 사람을 향한 MC들의 놀림은 그 도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즐겁게 방송을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놀림의 대상이었던 강민경과 장수원의 긍정적인 반응 때문이었지 않나 싶다. 놀리는 사람도, 놀림을 받는 사람도,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까지 모두 웃을 수 있었기에 짓궂은 농담도 개그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눈에 띠었던 점은 두 사람 모두 방송 내내 "그만하라"고 큰소리를 내거나 혹은 농담삼아 '버럭'하며 이야기의 화제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말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스스로 웃음의 소재가 되길 작정한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비록 연기로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지만, <라디오스타>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강철멘탈'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발연기'를 통해 호감 스타가 된 최초의 연예인이라는 한 누리꾼의 평가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들 덕에 기분 좋은 웃음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두 사람이 이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며, 오래 사랑받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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