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바논 감정>의 한 장면. 가죽 남자 역의 배우 장원영.
CinekiD GoyA
- 영화 촬영할 때는 어땠나."제가 연기한 센 역할은 빈틈이 많다. 악역이어도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다. 가죽 남자는 제가 접하지 못한 리듬감을 연기해야 했다. 감독이 '형, 아무것도 모르면 감독만 믿고 따라 오세요'라는 주문을 했다.
웬걸, 첫 장면을 촬영하는데 별안간 '컷' 소리가 났다. 감독이 코멘트를 주어야 하는데 시계만 쳐다보더라. 해가 떨어지니 빨리 찍자는 의미였다. 감독과는 그동안 일곱 작품을 해 왔기에 제 연기의 리듬을 안다. 그런데 그 리듬감을 빼고 싶어 했다. 감독의 의도를 이해는 하겠지만 약이 오르기 시작했다. 악에 받쳐서 연기한 캐릭터가 가죽 남자다.
촬영하는 팀은 오랜만에 만난 사이다. 촬영하며 즐겁게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감독은 '오늘은 일찍 주무시고요, 6시에 콜입니다'라고 했다. 그리고는 약을 건넸다. '배우들 몸 생각해서 약을 주나 보나' 했는데, 약을 먹자마자 엄청 졸렸다. 알고 보니 영양제가 아니라 수면제와 피로회복제를 섞어서 준 게다. 들어가 바로 잘 수밖에 없었다.
악랄한(?) 감독 덕에 다음날 맑은 정신으로 산에 들어가 촬영할 수 있었다. 이전에 감독과 작업한 작품은 <레바논 감정>처럼 무거운 작품이 없었다. 첫 촬영하기 전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넸더니 감독이 '어세오세요' 하고 반갑기는커녕 낮은 톤으로 인사했다. 스태프에게 무슨 안 좋은 일 있었냐고 물어보니 '조용히 찍으시면 될 거 같아요' 하더라. 첫날의 분위기가 촬영 내내 이어졌다."
- 크랭크업할 때는 홀가분했겠다."현장에서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촬영했지만 배우들끼리는 즐겁게 지냈다. 여자 역을 연기한 김진욱씨가 촬영하며 고생을 많이 했다. 크랭크업 하는 날 감독의 집에서 삼겹살을 먹었다. 진욱씨가 평소에는 순종적인데 그날은 감독님에게 '왜 그렇게까지 저를 몰아 붙였나요' '좋게 말해줄 수 있잖아요' 하며 못 다한 하소연을 털어놓았다. 감독도 그날만큼은 '그랬어?'하고 진욱씨의 서운함을 달래주었다."
- 가죽 남자처럼 개인적으로도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돌직구 스타일인가."고등학생 때부터 연극을 했다. 고등학교 2학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극장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누굴 만난다는 게 당시의 수준에서 멈춘 거 같다. 사랑에 대해 서투르게 보일 수도 있다. 결혼한 분들이 하는 이야기가 결혼은 힘들고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제가 일 마치고 돌아와서 김치찌개를 함께 먹으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과를 아내와 도란도란 나누는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
- 답변처럼 <레바논 감정>은 상복이 터졌고 연이어 <식샤를 합시다>와 <미스코리아>까지 출연했다."연극배우는 3개월가량 일하고, 1달 공연하고, 6개월가량 쉰다. 하나의 작품이 끝나면 배우는 막연해진다. <레바논 감정>은 2년 전에 찍었지만 작년에는 10개월가량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실전에서 연기할 때보다 공백기에 단단해지는 거 같다. '언제 작품을 할까' 하는 막연함 때문에 정말로 힘들지만 당시 겪는 생각이나 정서, 만나는 사람들을 저장한다.
10개월 동안 일이 없다가 <식샤를 합시다> 감독님이 손을 내밀어 주었다. 잘 하고 싶었다. 팀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다가 <미스코리아>에도 출연하고 <레바논 감정>도 개봉하게 되었다.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면 제가 서야할 기회가 분명히 있다는 걸 절감했다.
<식샤를 합시다>를 영화 스태프들이 찍어서 효율적으로 촬영할 줄 알았다. 앵글 잡는거나 조명을 어떻게 비치할 것인지 전날 미리 짜놓는 스타일이다. 배우들끼리 팀워크도 좋고 촬영하는 내내 친하게 지냈다. 특히 아내 역의 정수영씨가 고맙다. 제가 장어를 먹고 부인 앞에서 춤추면서 노출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연기지만 창피했다. 정수영씨가 '오빠, 내가 신랑 팬티를 갖다 줄게. 이걸 입으면 덜 부담스러울 거야' 하더라. 소품을 위해 신랑 속옷을 가져다주려는 배우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나. 정수영씨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