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 개봉한 영화 <배우는 배우다>의 한 장면.조직폭력배 두목으로 등장하는 카메오 마동석과 모종의 거래를 위해 오영과 마주앉아 있다.
(주)김기덕필름
영화는 무명의 오영이 인기를 업고 스타가 돼가는 과정을 비추면서 연예계의 추악한 이면을 하나씩 까발린다. 배우 캐스팅을 뒷거래, 역할을 따내기 위해 접대를 하는 배우들, 스타가 되지 못해 술집에서 생계를 잇는 여자 등등. 한바탕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불편한 진실들이 죄다 오영의 주변에 득실거린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영화가 이러한 상황들을 특별한 개연성 없이 나열만 한다는 점에 있다. 특히 조직폭력배 두목으로 분한 마동석과 오영이 붙는 장면은 '카메오 소비용' 장면으로만 보일 뿐 극 전개에 어떠한 도움을 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외에도 강박적으로 거칠고 세게 연출된 장면들이 눈에 거슬리기도 하는데, 부러 과장된 세계를 구현해 현실을 가리고 싶었는지 아니면 현실은 이보다 더 끔찍하기에 최대한 과장을 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런 장면들의 등장으로 영화 전체가 애매모호해진 구석이 있다.
마찬가지로 오영의 굴곡을 그리는 에피소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영화는 정작 오영의 인생을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배우들의 세계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역설에 무게를 두고 싶은 것인지를 확실히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오영에 집중하면 오영의 역할을 연기한 이준만 보이고, 영화 내용에 집중하면 빤히 알고 있는 연예계의 실상만 보인다.
오영을 연기한 이준은 이 영화의 부족분을 충분히 채웠다. 엠블랙의 이준, <우리 결혼했어요>등의 예능 프로그램 속 이준만 보이지 않아도 갈채를 보낼 작정이었는데, 이준은 그 이상을 해냈다. 첫 주연인데다가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해야 하는 부담감을 짊어졌음에도 그의 연기는 딱히 흠 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 이준 외에도 의리 있는 친구이자 듬직한 매니저를 연기한 강신효와 악랄한 매니저 역의 서범석도 매력있는 연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극 중 오영은 자신이 발을 들인 이 세계가 되레 자신을 잡아 삼킬 것 같을 때마다 과거를 찾는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친구를 찾고, 연극 무대를 찾아가는 것은 더러운 세계에 길들여진 자신을 부정하는 행위이면서도 본래 연기만을 좇던 순수성을 회복하고 싶은 의지를 나타낸다. 결국 오영이 나락으로 떨어졌음에도 다시 배우라는 이름으로 현장에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의지가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여배우(서영희 분)가 뱉은 단 한 줄의 대사로 모든 것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오영을, 우리를 위로한다.
"우리는 항상 제자리걸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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