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 출연하는 배우 이지아와 하석진
삼화네트웍스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여자 주인공이 세 번 결혼한다'는 내용의 충격적 제목에서 오는 '스포일러'만 차치해 놓고 본다면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들이다.
스물아홉에 딸 아이 하나 데리고 이혼을 해 혼자가 되었다가, 멋진 재벌남을 만나 딸을 친정에 맡기고 재혼을 한 여자 오은수(이지아 분). 늘 '사랑해'를 주문처럼 외우는 남편에, 지각 있는 시부모님 등 무엇 하나 부족할 것이 없는 환경이지만, 친정에 두고 온 딸로 인해 늘 얼굴 한 편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여자. 우리는 이런 여자를 <사랑과 전쟁>이나, 아침드라마들에서 종종 조우해 왔다. 그의 언니 오현수(엄지원 분)도 마찬가지다. 독립적인 노처녀, 그리고 그의 오랜 베스트 프렌드인 남자. 그는 오래도록 남자를 짝사랑하지만, 남자가 보낸 사랑의 작대기는 늘 그를 비껴간다.
하지만 이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가, 이제 '대가'의 칭호가 무색하지 않은 김수현이라는 작가의 품 안에서는 신선한 이야기로 둔갑하기 시작한다. 보통의 아침 드라마들이 결혼을 이혼으로 종지부 찍게 만드는 길고 지루한 '시월드'의 고통에 주목하는 것과 달리, 김수현 작가는 단번에 이야기의 시점을 아침드라마의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끌고 온다. 포악한 시어머니와 간악한 시누이로 인해 고생하던 여자주인공이, 결국 지옥 같은 시집을 떠나 더 부자이고 더 멋진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는 해피엔딩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김수현 작가가 '대가'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혹은 드라마들이 익숙하게 사용해 왔던 서사에서 김수현 작가는 용감하게 한 발 더 나아간다. <세결여>는 '그래서 그는 행복했답니다'에서 끝내지 않고, '그래서 그가 정말 행복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