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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 소개팅 시켜주는 아내...'연애시대'의 본심은?

[공연리뷰] 연극 '연애시대', 이혼 후 서로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

13.10.10 10:35최종업데이트13.10.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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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연애시대>의 한 장면.
연극 <연애시대>의 한 장면.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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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고(故) 노자와 히사시의 원작 소설은 감우성과 손예진 주연의 드라마 <연애시대>를 낳았고, 2011년에는 연극으로 옮겨왔다. 소설이라는 활자 매체가 드라마라는 영상 매체로, 마침내는 연극이라는 무대 작품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원 소스 멀티 유즈'로 손꼽을 수 있다.

2년 만에 한국 관객을 다시 찾는 연극 <연애시대>는 로맨틱 코미디의 큰 흐름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로맨틱 코미디에는 눈이 맞아 처음부터 죽고 못 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도 있지만, 앙숙처럼 으르렁거리는 두 남녀가 사랑으로 엮이는 패턴도 심심찮게 있다.

<연애시대>는 전자와 후자가 공존한다. 서점에서 고객과 직원으로 만나는 두 남녀의 사랑은 첫 번째 사례, 처음부터 눈이 맞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아이의 사산으로 두 남녀는 이혼하고 아옹다옹 만나면 다투기만 하는 두 번째 사례로 돌변한다.

하지만 이혼한 두 남녀, 리이치로(조영규 분)와 하루(심은진 분)는 원수처럼 으르렁대지만은 않는다. 서로에게 맞는 짝을 찾아주고자 리이치로는 하루에게 웨딩 포토그래퍼 나가토미를 소개해준다. 이에 질세라 하루 역시 고향 친구인 가스미를 전 남편 리이치로에게 소개시켜 준다.

일본인의 정서 이해하면 더 공감되는 사랑 이야기

박정환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혼 후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는 두 남녀가 서로에게 맞는 짝을 소개해 준다는 건 두 사람이 원한의 앙금으로 갈라서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상대를 미워하는 것처럼 표현하면서도 그 안에는 상대가 다른 짝을 만나 행복하길 바라는 심리가 녹아 있다. 이러한 감정을 이해하고자 하면 연극이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작품인 만큼 일본인의 정서를 보다 심도 있게 이해하는 게 중요할 듯하다.

일본인은 본심과 말의 표현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본심을 '혼네'라고 하면 이를 겉으로 표현하는 걸 '다테마에'라고 한다. 누군가 무언가를 요구할 때 한국이라면 요구를 들어주거나 들어주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거절 의사를 딱 잘라 표현하지 않고 '검토하겠습니다' 하는 식으로 에두른다. 일본인의 다테마에를 혼네로 생각하면 낭패를 겪을 것이다.

리이치로와 하루의 심리를 혼네와 다테마에라는 일본의 정서로 보면 두 남녀는 서로에게 숨기는 게 분명 있다. 그건 바로 이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잊지 못하고 사랑하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걸 속이고 있다는 점이다. 속으로는 사랑하면서도, 이를 겉으로는 으르렁거리는 다툼으로 표현하니 속마음과 표현이 다르게 드러나는 게다.

리이치로와 하루가 아직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알고 있는 캐릭터는 프로레슬러 사유리(황미영 분)다. 사유리 역시 속마음과 표현이 다른 캐릭터다. 겉으로는 리이치로에게 헤드락을 걸어 괴롭히고 우악스런 말투로 툭하면 엄포 놓기에 바쁘지만, 사유리의 속마음은 리이치로와 하루 두 남녀가 재결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겉으로는 이런 마음을 과격한 표현이라는 반대되는 행동으로 움직이는 속 깊은 친구다.

매 공연마다 닭똥 같은 눈물 흘리는 하루 역의 심은진

 <연애시대>에서 눈물을 흘리며 연기하는 심은진
<연애시대>에서 눈물을 흘리며 연기하는 심은진박정환
초연과 달라진 이번 재연의 두드러진 차이점은 주인공 부부의 부수적인 조연에 불과했던 친구 사유리를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리이치로와 하루 두 남녀가 서로를 잊지 못하지만 속마음과는 정반대로 원수처럼 다투는 모습을 늘 못마땅해 하며 화난 듯한 사유리의 과장된 연기는 속마음과 표현이 다른 일본인의 정서로 이해하면 다가서기 편할 캐릭터다.

관객에게 농을 거는 대사가 늘어난 점도 초연에 비해 달라진 점이다. 가스미를 연기하는 소정화는 프레스콜 때 웃지 않거나 박수 같은 리액션이 없기로 악명 높은 공연기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관객참여형 대사가 늘어나거나 사유리의 오버 액션을 부각시킨 이번 재연작의 연출은 신파로 감정선이 흐르기 쉬운 공연의 흐름을 온탕으로 되돌려놓는 일등공신으로 작용한다.

베이비복스의 전 멤버 심은진은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에 이어 인위적인 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감정에 격앙되어 매 공연마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 리이치로는 새장가를 드는 데 성공하지만 그의 귓전에는 전 아내 하루가 양말을 세탁바구니에 넣지 않는다는 잔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귓전에 맴도는 전 아내의 잔소리가 싫지 않다. 전에 같이 살 때는 하루의 잔소리가 죽을 만큼 싫었지만, 그녀가 떠나가고 동창생과 가정을 꾸려 더 이상 하루의 잔소리를 들을 일이 없음에도 좋지가 않다. 도리어 하루의 잔소리가 그리워 미칠 지경이다. 하루와 한지붕에 있을 때에는 미처 몰랐던 전 아내의 진가를 이제야 깨달아서다.

<연애시대>는 속마음과 겉으로의 표현만 다른 연극이 아니다. 같이 있을 때에는 미처 깨닫지 못하던 아내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반추하게 만드는 연극이다. 아내의 잔소리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게 죽을 만큼 괴롭지만 아내의 잔소리가 정말로 그리울 때가 있음을, 연극은 남편들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연애시대 심은진 노자와 히사시 손예진 감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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