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대>에서 눈물을 흘리며 연기하는 심은진
박정환
초연과 달라진 이번 재연의 두드러진 차이점은 주인공 부부의 부수적인 조연에 불과했던 친구 사유리를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리이치로와 하루 두 남녀가 서로를 잊지 못하지만 속마음과는 정반대로 원수처럼 다투는 모습을 늘 못마땅해 하며 화난 듯한 사유리의 과장된 연기는 속마음과 표현이 다른 일본인의 정서로 이해하면 다가서기 편할 캐릭터다.
관객에게 농을 거는 대사가 늘어난 점도 초연에 비해 달라진 점이다. 가스미를 연기하는 소정화는 프레스콜 때 웃지 않거나 박수 같은 리액션이 없기로 악명 높은 공연기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관객참여형 대사가 늘어나거나 사유리의 오버 액션을 부각시킨 이번 재연작의 연출은 신파로 감정선이 흐르기 쉬운 공연의 흐름을 온탕으로 되돌려놓는 일등공신으로 작용한다.
베이비복스의 전 멤버 심은진은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에 이어 인위적인 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감정에 격앙되어 매 공연마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 리이치로는 새장가를 드는 데 성공하지만 그의 귓전에는 전 아내 하루가 양말을 세탁바구니에 넣지 않는다는 잔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귓전에 맴도는 전 아내의 잔소리가 싫지 않다. 전에 같이 살 때는 하루의 잔소리가 죽을 만큼 싫었지만, 그녀가 떠나가고 동창생과 가정을 꾸려 더 이상 하루의 잔소리를 들을 일이 없음에도 좋지가 않다. 도리어 하루의 잔소리가 그리워 미칠 지경이다. 하루와 한지붕에 있을 때에는 미처 몰랐던 전 아내의 진가를 이제야 깨달아서다.
<연애시대>는 속마음과 겉으로의 표현만 다른 연극이 아니다. 같이 있을 때에는 미처 깨닫지 못하던 아내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반추하게 만드는 연극이다. 아내의 잔소리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게 죽을 만큼 괴롭지만 아내의 잔소리가 정말로 그리울 때가 있음을, 연극은 남편들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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