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방송된 < MBC 다큐스페셜 > '나는 지금 김광석을 부른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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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좀 좋아해 주시지, 사람 속 다 태워버리고....."한때 김광석과 함께 동물원의 멤버였던, 그리고 아직도 동물원 멤버로 남은 김창기. 옆에 있어줄 친구가 필요하다고 뒤늦게 '광석이에게'란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김창기가 인터뷰 말미에 속내를 비추다 끝을 맺지 못한다.
나 역시 그렇다. 사람들이 김광석을 좋아한다고 할 때마다, 그의 노래를 부를 때마다, 김창기의 저 말과 비슷한 감정이 살짝 밀고 들어온다. 그리고 거기에 둔중한 부채감마저 얹어진다. 나 역시 그랬다. 화려한 댄스 음악이 TV 화면을 메울 때 거기에 초라하게 구석을 차지하던 김광석을 보고, '저렇게 한 사람의 시대가 가는구나' 쉽게 단정 지으며 외면해 버렸다.
현란한 새 음악의 조류에 눈과 귀를 빼앗겨 버렸었다. 바로 그의 속을 태워버린 일인이다. 쉽게 그의 노래가 좋다고 말하기 미안하다. 미안해하면서도 자꾸 그의 노래를 읊조린다. 그렇게 유행에 홀려 그의 노래를 외면한 대중 덕분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 그는 가고, 여전히 그의 노래는 불린다.
하회탈 같던 김광석의 웃음, 그 속에 남아 있는 슬픔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 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에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김광석 '서른 즈음에')그의 노래를 가지고 만든 뮤지컬만 3편, 그리고 그 작품들이 다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오디션 프로에서는 하도 많이 들고 나와서 이젠 암묵적 금지곡이 되었을 정도요,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란다. 그는 가고, 그의 노래는 여전히 사람들 곁에 남아있다.
지난 19일 < MBC 다큐스페셜 > '나는 지금 김광석을 부른다' 편은 외국에서 살다온 젊은 가수 존박을 내세워 이제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되어가는 김광석을 조명했다. 평론가 임진모는 김광석을 9번 타자라고, 더 이상은 다음 타자가 나오지 않는 마지막 9번 타자, 황당하지 않은 이야기로 노래 부르는 마지막 가수라고 평했다. 더 이상 다음 타자가 나오지 않는 마지막 9번 타자 김광석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김광석의 노래는 꼭 그와 시대를 공유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의 문화적 토양에서 자라나지 않은 존박임에도 김광석의 노래가 좋단다. 존박은 약과다. 빅마마의 멤버 신연아와 결혼해 한국에 정착한 프랑스인 남편 알렉스도 김광석의 노래를 부른다. 외국인이 들으면 무슨 내용인지 몰라도 슬퍼지는 노래란다. 김광석만이 표현할 수 있는 '한'이 있다고 정의 내린다.
친구였던 박학기는 하회탈 같던 김광석의 웃음을 기억해 내며, 그는 늘 웃었고, 웃었는데도 슬퍼보였다고 말한다. 그런 그의 웃음 속에도 남아있는 슬픔이 바로 그의 노래의 '한'이 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여전히 위로가 되는 그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