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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선에서 가인까지...'섹시 디바'의 계보

'피어나'로 당찬 도전...가인에게서 느껴지는 '섹시디바'의 향기

12.10.22 14:44최종업데이트12.10.2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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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이 두 번째 솔로활동에 돌입했다. 컴백 전부터 뮤직비디오로 큰 화제를 모은 가인은 특유의 섹시미를 유감없이 뽐내며 새로운 섹시 디바로 급부상했다. 가인은 과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섹시 디바가 될 수 있을까. 1980년대 김완선, 1990년대 엄정화, 2000년대 이효리까지 대표 섹시 디바의 계보를 살펴보자.

김완선, 대한민국을 춤추게 만든 '댄싱 퀸'

슬라이드  지난 2011년 8월 tvN <쇼쇼쇼>에 출연한 가수 김완선
지난 2011년 8월 tvN <쇼쇼쇼>에 출연한 가수 김완선 이정민

1980년대 김완선의 등장은 한 마디로 쇼킹 그 자체였다. 김완선의 음악은 기성 가요와 달리 파격적이고 신선했다. 음악뿐만이 아니었다. 스타일, 콘셉트, 안무, 무대 구성 등 한국 댄스음악은 김완선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렸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말처럼 김완선이 있음으로써 한국 댄스음악은 비로소 "댄스음악은 수준 떨어지는 것"이라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김완선은 일개 댄스 가수가 아니었다. 그녀의 댄스는 다른 가수들의 그것과는 '격'이 달랐다. 목숨 걸고 춘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였다. 3년여의 숨 막히는 트레이닝을 통해 갈고 닦은 기본기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화려하게 빛났다. 그 당시 김완선은 '댄스'를 상징하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

놀라운 것은 김완선이 댄스만큼이나 음악적 측면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김창훈, 신중현, 이장희 등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와 함께한 음반에서 김완선의 음악적 도전은 한국 댄스음악의 진일보를 일궈냈다.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가수는 아니었지만 김완선은 기본기 탄탄한 댄스와 수준 높은 음반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녀는 데뷔 이래 7년간 활동하면서 단 한 번도 여성 가수 선호도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스타 중의 스타였다. 사생활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이미지 역시 비밀스럽고 몽롱했다. 그럼에도 대중은 김완선에게 충성했다. 벗지 않아도 섹시했던 그녀야말로 우리나라 최초의, 진정한 '섹시 아이콘'이었다.

1992년 은퇴 이후 이모와의 결별, 앨범 실패 등 잦은 구설과 좌절로 힘들어했지만 데뷔 26년이 지난 지금까지 '김완선'이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통할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걸어온 길이, 그녀가 만들어냈던 앨범이, 그녀가 대중에게 선사한 무대가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만큼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당시 대중에게 김완선은 꿈이었다. 꿈은 지나가도 아름다운 것. 김완선은 역시 김완선이다.

엄정화, 언제 어디서나 섹시한 여자

 90년대 최고의 섹시디바, 가수 엄정화
90년대 최고의 섹시디바, 가수 엄정화YG엔터테인먼트
김완선의 충격적인 은퇴 이후, 그녀를 대체할만한 '섹시 아이콘'은 쉽사리 등장하지 않았다. 김완선만한 포스와 대중적 선호도를 동시에 겸비한 여자가수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물론 엄정화가 등장하기 전까지 말이다.

엄정화는 김완선의 뒤를 이은 1990년대 최고의 섹시가수이자, 지금도 빛나는 가요계의 아이콘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엄정화라는 이름 세 글자 앞에서. 엄정화는 엄정화이기 때문에 빛나고, 엄정화이기 때문에 존재했다. '눈동자'로 가요계에 데뷔한 이래 '배반의 장미' '포이즌' '페스티벌' '초대' '몰라' '다가라'를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대한민국 최고의 패셔니스타이자 엔터테이너로 성장했던 그녀는 섹시미와 친숙미를 동시에 갖춘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포이즌' 당시 엄정화의 단발머리는 단숨에 대한민국 여성의 필수 헤어스타일이 됐고, '몰라'의 사이버틱한 의상은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키며 '엄정화 열풍'을 주도했다. 주영훈과 함께 가요계를 누비던 그 시절, 엄정화의 흥행력과 인기는 김완선에 뒤지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 엄정화는 가수보다 배우로 대중과 더 많이, 깊게 호흡했다. 배우로 성장한 만큼 가수로서의 영역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엄정화는 오히려 2000년대 들어 더욱 발전하는 가수상을 대중에게 제시했다.

오랜 파트너였던 주영훈과 결별한 엄정화는 국내외 내로라하는 프로듀서와 호흡하며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앨범을 연달아 발표했다. 43살의 엄정화라는 여가수가 여전히 섹시할 수 있는 이유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 꺾이지 않는 자존심, 분명한 지향점, 포기를 모르는 개척정신으로 중무장해 한국 연예계에 섹시 여가수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노래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어도 언제나 섹시하다. 엄정화가 '엄정화'이기 때문에 빛나는 것처럼.

이효리, 영리한 이미지 메이킹의 승부사

 이효리 2집 <다크 엔젤> 재킷사진
이효리 2집 <다크 엔젤> 재킷사진DSP엔터테인먼트

1980년대 김완선이 있었고, 1990년대 엄정화가 있었다면 2000년대 섹시 아이콘은 단연 이효리다. 이효리는 댄스를 무기로 한 김완선과 대중성 높은 음악을 내세웠던 엄정화와 달리 '이효리'라는 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집약된 상품으로 만들었다. 이건 그전의 섹시 아이콘들이 대중을 공략한 방식과는 완전히 궤도를 달리하는 전략이었다.

이효리는 섹시와 친근함이라는 두 가지 이미지를 적절히 혼합해 대중의 기대를 끊임없이 충족시켰다. <해피투게더>에서 신동엽과 함께 푼수 짓을 하던 이효리가 무대 위에서 남자를 10분 만에 꼬실 정도로 섹시하리란 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효리는 '텐미닛' 하나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섹시한 여자가 됐다.

이를 통해 '가수' 이효리는 '예능인' 이효리와는 전혀 다른, 전적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나타냈다. 대중은 전혀 다른 두 가지의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그녀에게 열광했고 이효리를 당대의 섹시 디바로 인정했다. 2000년대 수많은 섹시 콘셉트의 여가수가 나타나고 사라지는 순간에도 이효리의 존재감은 빛났다.

결국 이효리가 사랑받은 결정적 이유는 언제나 새로웠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스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트렌드를 제시하는 스타, 섹시하면서도 털털하고 예쁘면서도 푼수 같은 이효리는, 그래서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03년 이효리 신드롬 이후 그녀는 30살이 넘는, 어쩌면 다들 섹시하기엔 너무 나이 들었다고 하는 나이에 가장 이효리다운 방식으로 스스로의 길을 묵묵히 걸어나가고 있다. 영리한 이미지 메이킹과 비상한 재능으로 섹시 디바로서 자존감을 지키고 있는 그녀의 다음 앨범을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을 뿐이다.

'섹시 디바' 자리를 두고 던진 가인의 출사표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 내가네트워크

최근 가요계에서 섹시 콘셉트를 활용한 여성 솔로 가수의 활약은 미미한 수준이다. 채연과 아이비를 시작으로 미나, 손담비, 지나, 현아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김완선·엄정화·이효리의 후계자로 칭할만한 성과를 얻은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무주공산 같은 이 시기, 섹시 디바 자리에 자신 있게 도전장을 내민 사람이 바로 가인이다.

타이틀곡 '피어나'로 두 번째 솔로 활동을 시작한 가인은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무대 매너로 주목할만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노골적으로 섹시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미'를 최고조로 발현해 몽환적인 매력을 뽐내는 가인의 전략은 여타 섹시 여가수와 확실한 차별성을 띤다. 그녀의 활동을 호기심 있게 지켜봐야 할 이유다.

안정적인 가창력 또한 인상 깊다. 격한 무대에도 흔들림 없는 노래 실력을 뽐낸 가인은 "섹시 가수는 가창력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편견을 무색케 한다. 칼럼니스트 박진규의 말처럼 그녀는 안정적인 보컬을 기반으로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자신의 음색에 덧입힐 줄 아는 노련미를 갖추고 있다.

화제를 모으는 뮤직비디오에서의 모습은 섹시 디바로서 가인의 색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가인은 사랑을 막 깨달은 여성의 환희와 기쁨을 즐겁게 표현한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모습은 선정적이기보다는 화사하고 경쾌해 보인다. 못다 핀 꽃 한 송이가 화사하게 피어난다는 '피어나'의 가사처럼 말이다.

물론 지금의 가인을 당장 김완선·엄정화·이효리에 견주기는 힘들다. 커리어부터 인기까지 아직은 한참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가인의 등장이 반가운 것은 스물여섯 많지 않은 나이의 이 여가수가 여자의 욕망과 사랑을 자신 있게 노래하며 또 다른 지점의 섹시미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인은 김완선의 댄스, 엄정화의 대중성, 이효리의 이미지 전략을 영리하게 차용해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하고 있다. 역대 섹시 디바의 장점만을 흡수해 스스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가인만큼 훌륭한 섹시 스타는 그리 흔치 않다.

가인의 두 번째 미니앨범 <Talk about S>는 섹시 퀸 자리를 선점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의 출사표이자, 원대한 계획의 첫걸음이다. 과연 그녀는 김완선·엄정화·이효리의 뒤를 잇는 대한민국 섹시 디바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이번 미니 앨범으로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선 가인이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하길 기대해 본다.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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