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대에게> 15화에서 은결(이현우 분)은 재희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SBS
하지만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자라는 걸 들킬까 봐 조마조마해하는 재희와 이를 지켜주려는 태준'의 반복이었다. 자연히 위기에 처하고 이를 모면하는 단편적인 에피소드의 나열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재희로 인해 조금씩 성장하면서 다시 높이뛰기를 할 수 있게 된 태준의 성장이 담겨 있지만, 이 유의미한 변화를 느끼기 전에 지루함을 먼저 느낀 시청자가 채널을 돌릴 가능성이 다분했다.
대개 꽃미남을 장점으로 내세운 드라마의 공식처럼,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공을 들인 것은 이미지다. 하지만 이야기가 특정 이미지를 위한 들러리 역할로 여겨졌다는 것이 패착의 큰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재희와 태준이 빗물을 피하려다가 안게 되거나 윗몸 일으키기를 하다가 부둥켜안은 채 엎어지는 등의 결정적인 그림을 만들기 위해 앞뒤 상황이 존재하는 모양새다.
출연 아이돌의 팬이라면 모를까, 특정 시청자에게 두근거림은 그 외의 시청자에게 오글거림일 뿐이다. 그래서 애초에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팬'이라는 너무나 좁은 시청 층을 타깃으로 삼았고, 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청소년 드라마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설정 역시 30대 이후의 시청자를 매료시키기에 부족했다.
무엇보다, 미소년·미소녀로 소구돼온 아이돌이 SM엔터테인먼트가 만든 드라마 안에서도 그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는 설정은 너무 빤했다. 민호와 설리의 배우로서의 가능성은 그들을 맹목적으로 연호하는 팬만 존재하는 SM월드가 아닌 그 밖에서 발견될 확률이 더 높지 않았을까.
막장 드라마 홍수 속에서 순수한 열정과 성장을 그리겠다는 의도는 빛났지만, 문제는 자극의 역치가 높아진 시청자가 아니라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획득하지 못한 재미다. 이 드라마의 성공 여부는 충성 시청 층인 5% 이외를 사로잡는 것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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