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솔로 정규앨범으로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오른 잭 화이트
Sony Music
2011년 2월 2일. 전 세계의 록 팬들에게는 한 가지 슬픈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90년대 후반에 등장하여 2000년대 록 씬을 뒤흔들었던 개러지록(Garage Rock)의 기수 화이트 스트라입스(White Stripes)가 해체를 선언한 것이죠. 남녀 혼성 2인조 밴드로 베이스 없이 드럼과 기타만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주던 이 멋진 밴드의 헤어짐은 2007년 <이키썸프>(Icky Thump) 이후 새로운 정규앨범을 기다리던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기타를 치는 잭 화이트(Jack White)가 각기 다른 2개의 밴드 래콘터스(The Raconteurs)와 데드웨더(The Dead Weather)로도 현재까지 활동을 펼치곤 있지만 팬들의 음악에 대한 갈증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죠.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잭 화이트가 솔로 앨범을 작업 중이라는 것이었죠. 그리고 2012년 봄에 발매된 그의 솔로 신작 <블런더버스>(Blunderbuss)는 잭 화이트가 지금까지 자신이 직접 참여했던 앨범 중 유일하게 빌보드 앨범차트 1위(5월12일자)로 화려하게 대중 앞에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여전한 그의 기타연주와 개러지 록 리바이벌! 하지만...화이트 스트라입스가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동시에 받았던 이유는 개러지 록 만의 미니멀한 구성을 지키면서도 듣는 사람의 가슴을 치는 강력한 훅을 가진 멜로디 라인, 그리고 잭 화이트의 화려한 기타 테크닉이 빛을 발하는 연주력이 합쳐진 음악을 들려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연주력의 경우 2000년대 초반의 다른 개러지 록 밴드들에 비해 탁월했으며 2003년에 발표된 <엘리펀트>(Elephant)는 전 세계 수 백만장의 판매고와 함께 영국의 음악잡지 NME에서 선정한 '2003년 올해의 앨범 1위'를 차지하기도 했었죠.
이번에 공개된 잭 화이트의 솔로앨범에서도 과거 그가 보여주었던 장점들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여전히 13곡의 수록 곡 중에서 3곡 정도를 제외하면 러닝타임이 각각 3분 내외 정도로 짧지만 그렇다고해서 성의가 없다고는 결코 생각될 수 없을 만큼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죠. 앨범 타이틀인 노래 '식스틴 설틴즈'(Sixteen Saltines)'부터 '아 잭 화이트가 돌아왔구나'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는데요 특유의 기타음은 물론이고 약간은 신경질적인 보컬 스타일, 여타 다른 개러지 록 밴드들의 음악에서보다 더 잘 들리는 멜로디라인까지 그의 팬들을 열광시킬 요소가 모두 들어있는 노래입니다.
하지만 좀 더 강한 음악을 듣고 싶었다면 조금은 아쉬울 수도 있을 앨범 구성이기도 한 작품인데요 '러브 인터럽션'(Love Interruption)부터 이어지는 4곡('블런더버스(Blunderbuss), '히포크리티컬 키스'(Hypocritical Kiss), '윕 뎀셀브즈 투 슬립'(Weep Themselves To Sleep)')은 모두 서정적인 분위기가 짙게 묻어 있는 곡들이며 이어서 들리는 '아임 쉐이킹'(I'm Shain')의 경우에도 과거 로큰롤 느낌이 나는 노래죠. 이 노래들 뿐만 아니라 몇 곡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강하다'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을 앨범입니다. 하지만 이 것은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공식적인 마지막 정규앨범 <이키썸프>(Icky Thump)는 물론이고 그 전작들에서도 보였던 면들이죠. 다만 좀 더 강한 록 음악을 원했던 팬들이 있다면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화이트 스트라입스가 '개러지 록'으로 장르상 분류가 되었을 뿐 블루스와 컨트리를 기반으로 음악들이 만들어지기도 했기 때문에 강하지 않다고 해서 그가 급작스럽게 변화를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개러지 록에 대한 이미지가 정형화 되어있기 때문에 가질 수 있을 기대감인데 오히려 개러지 록으로 불렸지만 그 어떤 개러지 록 밴드들보다도 그 틀에서 벗어나 있던 화이트 스트라입스, 잭 화이트 다운 앨범이라고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