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근현대사에서의 대중문화를 소재로 하는 <빛과 그림자>은 본격적으로 쇼단에 들어간 정혜의 무대를 비롯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MBC
사실 거리를 다 쓸고 다닐 만큼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넓은 나팔바지나 어깨를 다 가릴 듯한 셔츠 깃 패션,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이나 김추자의 '거짓말이야'·'수지 Q'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생동감 넘치는 재현이 <빛과 그림자>를 주목하게 하는 요소인 것은 확실하다.
거기다 앞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쇼단 가수들의 무대는 화려해질 만큼 볼거리 역시 풍성하다. 2회에서 보여준 '빛나라 쇼단'의 무대 모습과 이를 동경하는 정혜는, 마치 지금의 연예계 아이돌이나 대형 매니지먼트사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패션 7080'보다 더한 볼거리가 있고 엔터테인먼트라는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빛과 그림자>가 여타 시대극들과 달라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시절'을 대하는 드라마의 태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기태가 김추자를 데려올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른 채 빛나라 쇼단과의 계약할 때, 꼭 기태에게 말하듯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는 드라마에 코믹한 요소를 끌어다 놓은 것이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빛과 그림자>가 앞으로 소화해낼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를 진지하게만 보지 않을 것임을 방증한다. 유쾌하면서도 나름의 풍자와 해학 요소가 접목된 드라마적 시선은, 피할 수 없는 역사의 파도를 나름의 능글맞음으로 헤쳐나갈 기태의 50년 인생을 기대하게 한다.
<빛과 그림자>의 해학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사극이나 시대극은 '어느 시대를 이야기할 것인가'보다 '어느 시대에 이야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빛과 그림자> 속 그 시절에서 2011년 현재의 모습이 보이는 이유는, 드러나 보이는 독재는 아닐지언정 사회와 국가에 억눌린 시대를 살아간다는 면에서 닮았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도 무겁고 진지하게 접근해 거부감을 일으키는 대신 쉽고 재밌게 즐기는 경향이 생겼듯, 현재를 반영한 듯한 <빛과 그림자>의 유쾌함 역시 충분히 공감하다 못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