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관을 알리는 시네마테크 안내문.
이준석
지역 영화인들은 시네마테크 부산이 국내외 영화 필름과 대본 등 영화 관련 자료를 수집·보관하고 수준 높은 독립영화를 정기적으로 상영하며 영화제작 워크숍, 비평교실 등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예비영화인을 길러 온 부산 영화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시네마테크 부산은 특히 1996년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영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는 역할도 맡아왔다.
프랑스어로 '영화보관소'를 의미하는 시네마테크는 기자 생활을 하며 많은 무성영화와 B급영화, 실험작들을 발굴해 낸 앙리 랑글루아(Henri Langlois)가 1936년 프랑스 파리 샤요 궁(Palais de Chaillot)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설립한 것이 기원이다.
랑글루아는 20세기의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것을 막자며 필름을 수집, 보존하는데 힘썼고 이를 위한 전초 기지로 시네마테크를 활용했다. 시네마테크 부산은 한국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지향하며 설립됐다.
시네마테크 부산의 철거를 반대하는 영화인과 시민들은 이 공간을 유지하면서 독립예술영화전용관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인 시위에 계속 참여하고 있는 우승인(31· 여· 부산독립영화협회 프로그램 및 출판담당)씨는 "시네마테크가 영화의 전당으로 옮겨가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문화적 유산으로서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과 공간을 배려하는 개발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씨는 "부산시가 현대산업개발컨소시엄에 30년 장기 임대하는 형태로 수영만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시민 공청회나 토론회 한 번 열지 않았다"며 시네마테크 철거 결정이 비민주적이었다고 비판했다. 또 "시민의 휴식처이자 영화인을 배출하던 이곳을 사유화해 영리 시설이 들어서도록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씨는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영화제작 워크숍 과정을 이수한 뒤 독립영화감독이 됐으며 현재 시네마테크의 역사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단편영화 <시간이 머무는 그 자리>를 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 "시의 발전과 해양스포츠 저변 확충 위해 재개발 필수"영화인 뿐 아니라 이곳을 자주 찾던 관객과 지역 주민들도 철거 반대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0일 시네마테크의 마지막 상영 행사를 찾은 김향숙씨는 철거반대 서명에 참여한 뒤 "예술 영화를 보러 이곳에 자주 왔는데 나만의 공간이자 정신적인 안식처가 돼 주었다"며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영화인들의 공간이었던 곳이 상업적 공간으로 변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같은 날 시네마테크를 찾은 김진호씨도 "철거와 이전 소식이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아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 알았다"며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채 시네마테크가 철거되는 게 아쉽다"고 기존 언론의 무관심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