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를 돌다한화 김태완이 5월 2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상대 선발 투수 봉중근을 상대로 4회초 노 아웃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1점 홈런을 때린 뒤 2루 베이스를 지나고 있다.
한화 이글스
김정무 한화 운영팀장은 과거 스카우트팀장을 지냈다. 한화는 올해부터 스카우트팀이 운영팀으로 통합됐다. 김팀장은 지명을 앞뒀던 2005년의 김태완을 두고 "1루수라는 점이 걸렸지만 체격 조건이 좋았다. 타격 능력만 갖추면 대성할 자질이 있는 재목으로 봤다"고 기억했다.
당시 한화는 2006년 신인 2차 지명에서 김태완을 8라운드에 지명한 뒤에도 10라운드에 공주고 내야수 송광민, 12라운드에 청주기계공고 외야수 연경흠을 지명했다. 김태완과 같이 송광민은 동국대, 연경흠은 인하대에 진학했지만 나중에 다들 한화에 입단했다. 김팀장은 "지금은 세 명 모두 한화의 주전 선수로 뛰고 있다. 상당히 성공한 지명이 아니겠느냐"고 자평했다.
김태완에게 대학 시절은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연수 성균관대 감독은 김태완을 1학년 때부터 4번 타자로 발탁해 거포로 키웠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큰 몸집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김태완은 "이 감독의 도움으로 장타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풀스윙을 하면서 타구에 힘을 싣는 법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3학년 때는 대만 타이난에서 열린 제2회 세계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야구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달아본 태극 마크였다.
2차 하위 라운드에서 지명된 선수가 받을 수 있는 계약금이라는 건 뻔하다. 최저 연봉인 2000만 원과 큰 차이가 없는 금액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김태완과 같이 대학에서 주가를 높이고 온 선수는 다르다. 한화는 1억1000만 원의 계약금을 주고 대학 졸업을 앞둔 김태완과 계약했다.
최근 야수에게 거액의 계약금을 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아무리 뛰어난 기량의 타자도 당장 1군에서 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2차 지명을 받은 대졸 야수 가운데 계약금을 1억 원 이상 받은 선수는 아무도 없다. 한화가 김태완의 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뜻이다.
시행착오프로 입단과 함께 김태완의 야구 인생은 밝아보였다. 그러나 힘든 시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한화 코칭스태프는 김태완을 1루수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1루에는 이미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김태균이 버티고 있었다. 김 감독은 "태완이가 타격 재능이 있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수비 위치 때문에 제대로 기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가능성을 보고 기회는 계속 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프로의 벽은 높았다. 대학 시절 강타자였던 김태완은 프로에서는 숱한 신인 선수 가운데 한 명일 뿐이었다. 프로 첫해인 2006년은 1군에서 4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주로 2군에서 경험을 쌓았다. 2군 남부리그에서 70경기에 출전해 2할6푼5리의 타율과 10홈런 36타점 OPS 0.872를 기록했다. 뛰어난 성적은 아니었지만 실망하기에도 일렀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무너질 뻔 했다는 게 김태완의 말이다.
"2군에서는 매일 낮 경기를 하는 것도 힘들지만 정신적인 고통이 더 크다. 1군에 언제 올라갈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흔들릴 뻔한 김태완을 잡아준 건 김 감독과 장종훈 2군 타격 코치였다. 둘은 "급할수록 돌아가라"며 김태완을 격려했다. 김 감독은 김태완을 한화의 차기 전력으로 꼽고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 현역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였던 장 코치는 김태완의 장래성을 알아 보고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거리감을 좁혔다.
2007년 김태완은 외야 전향을 준비한다. 지명타자도 좋지만 김태균, 이범호가 지키고 있는 내야진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려면 외야수로 뛰는 게 낫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 때문이었다. 김태완은 "외야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미래를 위해서 외야수로 뛰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군에서 뛸 기회가 조금 늘었다. 2군에서는 28경기에 출전했지만 1군에서는 대타, 대주자, 대수비를 포함해 61경기에 나섰다. 김태완은 2007년 조금씩 여유를 갖고 자신감도 되찾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김태완을 주전으로 낙점했다. 그러나 그의 수비 위치는 없었다. 김 감독은 김태완을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전년도 지명타자로 22홈런을 때린 외야수 제이콥 크루스가 팀을 떠났기도 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그동안 지명타자 구실을 톡톡히 했던 이도형의 기량 저하가 두드러져서였다.
2005년 22홈런 72타점, 2006년 19홈런 63타점으로 선전했던 이도형은 2007년 크루스에게 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6홈런 26타점의 다소 미흡한 성적을 냈다. 조금씩 가능성을 보이는 김태완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
때마침 2군에서 함께 땀을 흘리던 장종훈 코치도 1군으로 올라왔다. 장 코치는 김태완과 꾸준히 대화를 하면서 타격 자세의 문제점을 고쳐 나갔다. 가장 큰 문제는 스윙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었다.
당시 장 코치는 "태완이는 변화구에 오히려 강점이 있었다. 알고 보니 스윙이 커서 배트가 조금 늦게 나오는 게 문제였다. 직구와 몸쪽 공을 맞히는 타이밍이 약간 늦었다"고 진단했다. 해법은 스윙을 줄이는 거였다. 190cm, 98kg의 거구이다 보니 살짝만 맞아도 큰 타구가 나왔다. 장 코치는 "경기 전 프리배팅 때 홈런을 가장 많이 날리는 선수는 김태균이 아니라 김태완"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