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포수 최승환은 1군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데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호영
두산 베어스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주전 포수로 최승환(31)을 낙점했다. 최승환은 그동안 1군에 141경기밖에 나오지 않은 경험이 부족한 포수다.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건 당연했다. 두산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쳐 그 어느 팀보다 강한 포수가 필요했다.
최승환의 주전 기용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최승환은 5할3푼3리의 높은 도루 저지율을 과시하며 투수들의 마음을 가볍게 했다. 덩달아 김감독의 마음도 편안해졌다.
타율은 1할5푼8리로 부진하다. 그러나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주전 포수로 기용되며 미소가 그치지 않는 최승환을 만났다.
- 개막전부터 꾸준히 주전 포수로 나서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정말 감개가 무량하다. 올해로 프로에서 10년째 뛰고 있지만 1군 개막전에 선발 출전한 건 처음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도 선발 출전했는데 그때와는 느낌이 또 다르다. 1군에서 경기에 계속 나설 수 있다는 건 매우 즐거운 일이다."
- 두산이 11승2무7패로 2위에 올라 있다. 성적이 상당히 좋다."내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보람이 있다. 경기에 꾸준히 나서다 보니 경기 과정을 즐기게 됐다. 투수들과 호흡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두산 1군 투수들의 기량은 수준급이다."
- 4월 30일 현재 57타수 9안타, 타율 1할5푼8리로 부진한데."매 타석 집중력을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 해 아쉽다. 하지만 포수는 수비가 우선인 포지션이다. 타석에 들어선 포수의 안타는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타격을 못해서 스트레스 받기 보다 어떻게 투수를 리드하고 경기를 승리로 이끌까 고민하는 게 포수의 임무라고 본다. 감정이 흔들리는 포수는 제대로 된 경기 운영을 할 수 없다."
- 이런 날이 올 줄 생각은 했었나."'설마 기회가 올까'하면서도 계속 기다리고는 있었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 다행이다. 오랜 기간 기다려 온 만큼 감회도 남다르다."
- 매년 개막전 때의 기억이 궁금하다."해마다 개막전 때는 거의 2군에 있었다. 1군 개막전은 TV로 지켜봤다. 중계방송을 보며 '난 뭐하고 있나'하며 자책했다. 깊은 반성을 했고 동시에 고민도 했다."
- LG에서 오랜 기간 2군 생활을 했는데."초반엔 힘들었다. 4년 동안 1군에서 2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노력하면 기회가 온다는 생각만은 버리지 않았다. 백업 선수로 뛰었지만 그것도 기회라고 생각했다. 결국엔 1군 주전까지 왔다."
- 힘든 시기를 이겨 냈다.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쓴약'이라고도 볼 수 있을 텐데."2군에 있을 때 배운 게 많다. 가끔 좋은 성적을 내도 1군에 오르지 못하면 '왜 안 올려 주나'라는 생각에 심란했다. 그럴 때마다 참고 또 참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견디기 힘들 때마다 '내년 개막전에는 반드시 뛰어야지'라는 각오를 하며 이겨 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다."
- 2군 선수들도 코칭스태프와 호흡이 중요하다. 인상 깊은 지도자라면."서효인 LG 2군 배터리 코치(현 LG 1군 배터리 코치)와 박철영 2군 배터리 코치(현 SK 와이번스 1군 배터리 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서코치는 오랜 기간 함께하면서 나에게 신경을 많이 써 줘 쉽게 잊지 못 할 거다."
- LG 시절인 2007년 11월 17일 프리에이전트가 된 조인성이 4년간 최대 34억 원에 계약했다. 기회가 계속 쉽게 오지 않을 거라는 의미와도 같은데."크게 의식은 하지 않았다. 그냥 '돈 많이 받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 당시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어서 그런 게 아닌가."그렇다. 6월에 경기를 하다 왼쪽 무릎을 다쳐 수술을 했다. 착실히 재활 훈련을 했다. 반드시 재기해 뛰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