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대표팀 MF 차연희
대한축구협회
이 말은 '쥐가 죽었다고 고양이가 눈물을 흘릴 리 없다'는 뜻으로, 아주 없거나 있어도 매우 적을 때를 이르는 말이다. 남자축구에 밀려 아직도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여자 축구의 형편이 떠오르는 말이다.
대한민국 남자축구대표팀은 지난 2월 6일 열린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4-0으로 기분 좋게 이기며 축구팬들에게 기쁜 설날 선물을 안겨주면서 2008년을 시작했다. 그 후 5월 31일 열린 요르단과의 안방 경기에서 2-2로 비기며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 달 20일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방문 경기에서 2-0으로 기분 좋게 이겼다. 최종 예선에서 허정무호는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편이다.
이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2008년 우리 여자축구도 나름대로 알찬 성과를 냈다고 할 수 있다. 이근호와 박주영의 골 소식이 멀리 리야드에서 전해지기 열흘 쯤 전에 뉴질랜드 해밀턴에서도 뜻 깊은 여자축구 소식이 들려왔다.
국가대표팀은 아니지만 김용호 감독이 이끈 17세 이하 우리 여자대표팀이 잉글랜드를 3-0으로 물리치고 2008 FIFA U-17 여자월드컵 8강 토너먼트까지 올라간 일이다. 아쉽게도 4강 문턱에서 세계 정상급의 미국을 만나 2-4로 물러나야 했지만 지소연, 이현영 등 재능 있는 선수들이 그 실력을 맘껏 뽐내고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 소식이었다.
하지만 우리 팬들은 이를 국제축구연맹 누리집(fifa.com)에 가서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 흔한 중계방송은 물론 없었고 대다수의 언론도 관심 밖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한참 만에 올라오는 국제축구연맹 누리집의 비디오 자료를 통해 골 장면이나마 구경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정말 '쥐'가 죽었다고 '고양이'에게 눈물이라도 구걸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안익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성인 여자대표팀은 지난 5월 베트남 호치민시에 벌어진 2008 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에 나가 감격적인 한일전 승리 소식을 5년 만에 전해주기도 했다. 특히, 미드필더 차연희와 골잡이 박희영의 활약은 짜릿한 3-1 역전승(5월 29일, 호치민시 통낫 스타디움)의 묘미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이어진 호주와의 경기에서 0-2로 아쉽게 진 우리 여자 선수들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6월 14일부터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2008 피스퀸컵 축구대회에서 아르헨티나에 2-0(6월 18일)으로 이기는 등 그늘진 곳에서도 묵묵하게 자기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달 초에는 남자축구에서나 있을 법한 뜻 깊은 전지훈련이 있었다. 세계 최정상급의 미국대표팀과 친선 경기를 위해 현지로 날아가 세 차례 친선 경기를 벌인 것. 비록 1무 2패(1득점 4실점)에 그치고 말았지만 수비수 심서연, 미드필더 김수연 등 대표팀 새내기들에게 정말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쥐 죽은 듯"] FA컵 전국축구선수권대회매우 조용한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또한, '감쪽같이 행동하거나 처리하여 아무도 그 경위나 행방을 모르게'의 뜻으로 쓰이는 '쥐도 새도 모르게'라는 말도 있다. 12월 21일에 포항 스틸러스의 우승으로 끝난 FA(축구협회)컵 전국축구선수권대회를 보며 떠오른 말이다.
K-리그와는 대회 성격이 다르지만 그래도 그 팀들이 대개 트로피를 다투게 마련이다. 그런데, 올해 FA컵 일정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준결승전, 결승전 세 경기 일정이 모두 제주도에서 열렸다. 추운 계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하겠지만 준결승 첫 경기 일정을 보면 축구협회 사람들이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K-리그 경남 FC와 내셔널리그 국민은행이 맞붙은 이 경기는 목요일(12월 18일) 오전 11시에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포항 스틸러스와 대구 FC의 맞대결은 오후 2시부터 같은 곳(제주종합운동장)에서 벌어졌다. 포항과 대구의 경기는 공중파로 생중계 되었지만 앞서 열린 경기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경기'였다.
21일 낮에 끝난 결승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생중계 카메라는 간혹 포항과 경남의 몇 안 되는 서포터즈를 가까이에서 보여주었지만 일반 관중의 무리는 제대로 잡아주지 않았다. 거의 없었기 때문이리라. 오히려 조중연 부회장 등 축구협회의 높은 분들이 몰려 앉은 특석에만 카메라가 돌았을 뿐이다.
선수들의 몸놀림과 표정 변화 하나하나에 열광하는 관중들은 이제 축구 경기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다. 1946년부터 시작된 전국축구선수권대회를 이어받아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대회의 역사를 살펴봐도 이렇게 처리해서는 안 된다. 전통적으로 그렇게 해 온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난 해 결승전만 해도 전남과 포항이 서로의 구장을 오가며 흥미진진하게 두 경기로 우승팀(전남 드래곤즈)을 가렸다.
축구팬으로서 새해 3월 국내 축구가 다시 기지개를 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라도 FA컵 준결승전과 결승전 일정은 좀 더 팬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했어야 옳았다.
그 모범 사례는 결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옆 나라 일본에도 같은 성격의 일왕배 전일본축구선수권대회가 이맘 때 마무리된다. 오는 25일까지 4강팀이 가려지면 29일에 준결승전을 치르고 새해 첫 날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대망의 결승전을 벌인다. 벌써 이 대회는 88회의 역사를 자랑하며 축구로 한 해를 시작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마음 같아서는 7000엔쯤 되는 결승전 지정석 입장권을 여러 장 구입하여 축구협회 높은 분들께 보내고 싶다. 가서 좀 보고 배워 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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