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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전도연, 하정우 주연 <멋진 하루>

08.09.22 11:19최종업데이트08.09.2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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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의 한장면 포스터의 한장면
포스터의 한장면포스터의 한장면멋진하루

전도연, 하정우 주연의 <멋진 하루>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2005년 <여자, 정혜>를 연출했던 이윤기 감독의 작품이다.

 

희수(전도연)는 자신의 돈 350만원을 갚지 않고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린 남자 친구 병운(하정우) 앞에 1년 만에 갑자기 나타난다. 이유는 단지 자신이 빌려준 350만원을 되돌려 받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병운은 당장 돈을 갚을 능력이 없자 자신이 아는 여자들에게 돈을 빌려 갚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병운을 믿지 못한 희수는 그와 함께 돈을 빌리러 같이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전도연, 하정우, 이윤기 감독의 하모니!

 

이윤기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색이 살아 있는 작품들을 연출하였다. 2005년 작 <여자, 정혜> 역시 흥행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영화만 놓고 평가했을 때 감독의 의도와 색깔이 확연히 살아 있는 수작이었다. 3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찾아온 <멋진 하루> 역시 영화만 놓고 평가했을 때 완벽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윤기 감독뿐만 아니라 희수 역으로 출연한 전도연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연기자라는 평가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최상의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그녀는 신비주의 전략이나 과도한 CF등을 통해 그녀의 이미지를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오로지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와 영역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존경과 찬사를 받을 만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자 배우들 중에서 전도연보다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알차게 만들어 놓은 여배우는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문소리 정도만이 그녀와 유일하게 어깨를 겨눌 수 있는 실력파 여배우라고 평가하고 싶다.

 

전도연은 <멋진 하루>에서 세심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옛 연인에 대한 시선과 심리 변화, 그리고 미묘한 감정의 동요를 차분하게 연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멋진 하루>는 그녀가 열연하는 희수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근접 촬영을 통해 변화하는 그녀의 얼굴 표정과 작은 숨소리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잡아낸 이윤기 감독의 연출 감각은 그녀의 연기를 더욱더 빛내주고 있다.

 

최근 떠오르는 신인배우로 각광 받고 있는 하정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한 기본기가 있는 배우로, 다시 한 번 관객들과 영화평론가들에게 자신을 알렸다. 그는 병운이라는 인물이 희수와 함께 조화롭게 어울려 지나치게 한쪽의 캐릭터에 의존하지 않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균형감 있게 흘러가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전도연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캐릭터 설정과 연기는 그가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인지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멋진 하루>는 이윤기 감독의 철학이 확실하게 담겨져 있고 전도연, 하정우의 연기가 영화적 완성도를 끌어 올리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감독의 색깔에 확실하게 연기 패턴과 캐릭터 설정을 맞춘 배우들의 연기는 이윤기 감독의 재능과 합쳐지면서 그 시너지 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서울의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낸 감독의 노력은 영화적 영상미 역시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멋진 하루>는 좋은 시나리오와 감독의 치밀한 연출력,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합쳐지면서 올 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목록에 이름을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수작으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영화만 놓고 평가했을 때 수작의 반열! 하지만 흥행은?

 

<멋진 하루>는 위에서 평가했듯이 영화만 놓고 본다면 확실히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공부하는 영화 학도들, 그리고 영화를 평가하는 영화평론가들에게 이 작품은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다. 특히 감독의 능력과 배우들의 연기가 최상의 조합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올해 나온 그 어떤 영화보다도 알찬 작품이란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작품이 폭 넓게 대중들과 의사소통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작품은 영화를 보는 시선에 따라 상당한 지루함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배우들의 연기가 아무리 뛰어나고 감독의 철학이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영화 풍토를 생각한다면 이 작품의 지나치게 정적이고 상업적인 의도를 배제한 영화적 연출은 흥행 면에서 상당한 제약을 가지게 될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좋은 작품이라도 초기 흥행이 신통치 않으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좋은 작품들이 단지 흥행면만 고려해서 금방 극장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아직 뚜껑을 열어보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정말 좋은 영화를 찾는 관객들이라면 이 작품은 두 배우의 열연과 감독의 영화 철학만으로 충분한 만족감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작품이 나왔을 때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외면하고, 어려운 작품이라고 영화를 극장에서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비디오 시장과 DVD시장이 몰락한 한국에서 차후 좋은 영화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이런 작품들이 장기 상영될 수 있는 극장이 조금이라도 늘어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9.22 11:19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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