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토리' 최윤아 전주원의 그늘에 늘 가려져 있던 최윤아는 프로 5년차가 되면서 기량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최윤아의 성장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농구 대표팀에게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WKBL(여자프로농구연맹)제공
지난해도 두 팀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어 시소게임 끝에 신한은행이 3승2패로 우승컵을 들어올린 바 있다.
올해 정규리그에서도 일곱 번 맞붙어 4승3패로 신한은행이 1승 앞섰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두 팀의 겨루기라 경기를 조율하는 가드의 중요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챔피언 결정전이라는 특수성까지 더해 최윤아의 부담은 천근만근이었다.
1차전 승패 여부가 우승의 향배를 가르는 가운데 최윤아는 지난해 챔피언 결정전보다 더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이며 1년 사이 팀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주전이 아닌 '식스맨'급으로 평가받던 최윤아는 지난해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괜찮은 활약을 했지만 사소한 실수를 여러 차례 범해 중요한 순간에는 언제나 '맏언니' 전주원이 해결사로 나서야 했다.
특히 1차전에서는 무득점에 그쳐 팀이 69-73으로 패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리바운드나 도움에서 가드 역할을 했지만 경기 흐름을 전환하는 득점이 터지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올해 최윤아가 보여 준 1차전은 너무나 달랐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농구 대표팀에 함께 선발된 '미소천사' 이미선(8득점 3도움)과의 겨루기에서 판정승을 거둔 것은 물론 이종애(15득점 8리바운드), 박정은(5리바운드) 등 관록이 쌓인 언니들 앞에서 리바운드까지 잡아내 동료의 득점으로 연결하는 등 만개한 기량을 선보였다.
게다가 승부가 갈렸던 3쿼터에서는 2개의 3점슛을 터트리며 삼성생명의 추격 의지를 확실히 꺾어버렸다. 중요한 순간 상대를 아프게 하는 득점은 전주원을 빼다 박았다.
경기 종료 뒤 더블더블을 기록한 정선민(25득점 10리바운드)과 인터뷰실에 들어온 최윤아는 "플레이오프 때 이미선의 몸 상태가 좋아 보여 안 밀리려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 많이 하고 연습경기 때는 이미선을 수비하는 연습을 했다"라고 말했다.
전주원의 그늘에서 확실히 벗어나
올해로 프로 5년차가 된 최윤아는 2004년 1라운드 3순위로 현대(신한은행의 전신)의 지명을 받아 프로무대에 입문했다. 2005년 신인급들의 기량을 평가하는 퓨처스리그에서는 베스트5에 꼽히기도 했다.
발전을 거듭하던 최윤아는 지난해보다 11분이나 늘어난 32분의 출전시간을 기록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맏언니 전주원보다 평균 5분을 더 뛴 것이다. 1차전에서도 전주원보다 7분 38초를 더 뛰어 이제는 최윤아가 팀 전체를 책임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신한은행의 경기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최윤아를 응원한다는 팬 조원석(31)씨는 "지난해보다 더 과감해진 것 같다. 특히 작은 체구(168cm)에도 불구하고 장신 선수 앞에서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것이 큰 변화인 것 같다"며 그의 성장에 박수를 보냈다.
최윤아는 한 사건을 계기로 널리 알려졌다. 지난 2005년 첫 국가대표로 선발돼 존스컵 대만과의 경기에 나섰다가 상대팀의 상징인 췐웨이쥐안에 주먹으로 가격을 당하자 발차기로 맞대응한 것. 당시 어린 선수답지 않은 근성을 보여 농구팬들의 머리에 최윤아라는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1차전에 승리한 신한은행은 오는 21일 오후 5시 용인 체육관에서 삼성생명과 2차전을 치른다. 이미선을 찰거머리처럼 괴롭히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된 최윤아가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올 삼성생명을 상대로 어떤 경기력을 선보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