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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사러 가면 뒤태가 너무 예쁘대요"

스포츠댄스 즐기는 주부동아리 회원들

07.10.16 07:27최종업데이트07.10.1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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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 동안여성회관 스포츠댄스 주부동아리 회원들이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고 힘있으면서도 유연한 춤을 추고있다.
안양 동안여성회관 스포츠댄스 주부동아리 회원들이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고 힘있으면서도 유연한 춤을 추고있다.김재경

“원, 투, 쓰리, 아포, 쓰리아포…”

백조처럼 우아하게 폴짝, 때로는 캉캉. 하늘을 날듯 가볍게 뛰는 경기도 안양 동안여성회관 스포츠댄스 주부동아리를 찾은 것은 지난 9월 중순경.

정겹게 파트너와 눈을 맞추고 나비처럼 살랑살랑 부드럽게, 획획 돌 때마다 멋진 후리아스커트자락이 사정없이 휘감긴다. 전율이 흐르는 음악에 맞춰 파트너와 손을 맞잡은 춤사위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고 힘있으면서도 유연하다.

캉캉 춤은 스포츠댄스의 매혹적인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넘어 화려한 춤의 향연이다. 전진, 후진, 턴(회전),사세(옆으로)까지 빨리빨리 촘촘히 일단은 선을 유지하며 평행감각을 익힌다. 스포츠댄스에서 턴으로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경쾌한 스텝의 기교는 아름다운 예술의 극치다.

스포츠댄스의 매력

김재경

재충전을 위한 휴식시간, 틈새를 놓칠세라 스포츠댄스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여성회관이니까 시설도 좋고 회비도 저렴하고 건전해서죠. 건강을 위해서 살을 빼려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많이 빠졌어요. 주부 우울증으로 병원치료까지 받았는데, 이 운동을 하면서부터 약도 끊고 인생의 활력소를 찾았어요.”

“자세가 바르게 되고 몸매에 탄력이 생기죠. 무릎관절과 허리가 좋아지고 자세가 교정돼요. 옷 사이즈가 확 줄었어요. 옷 사러 가면 뒤태가 너무 예쁘대요.”

동아리 막내 격인 노은미(36)씨부터 왕언니(67)까지 이구동성이다.

“맞아, 저 엄마 허릿살이 두덕두덕 했지. 그런데 저렇게 날씬해졌잖아. 뚱뚱해도 몸매 균형은 확실히 잡혀요. 잠시라도 쉬면 순서를 다 잊어버려요. 계속되는 반복 연습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대요.”

서로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저 엄마 나이 좀 물어봐 주세요.”

모두가 아우성이다.  열화 같은 성화에 떠밀려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어정쩡하게 물었다. 까르르 웃음꽃이 피어난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던 주부가 54세란다. 팀원 모두가 십 년은 족히 젊어 보이는 비결은 스포츠댄스의 위력이라고.

스포츠댄스는 만인의 운동

스포츠댄스에는 모던 불룸댄싱(왈츠, 탱고, 폭스트롯, 퀵스텝, 비엔나왈츠)과 라틴 아메리카댄싱(룸바, 차차차, 자이브, 삼바, 파소도볼레)이 있다. 모던은 화려하면서 길고 우아한 여성을 상징하는 반면, 라틴은 화려하며 짧고 경쾌하면서도 발랄한 남성의 상징이다.

스포츠댄스는 그저 흔들어대는 막춤이 아니라, 지금 연습하는 경쾌하고 발랄한 파소도볼레는 스페인 투우경기에서 투우사(남)가 소(여)를 유인하는 춤이라고. 룸바는 아프리카 노예들에 의해 쿠바에서 생성된 춤으로 자유를 빼앗긴 신세를 한스러워하는 표현이 내포되어 부드럽지만 고통스럽듯 춤마다 유래와 사연이 깃들어 있다.

스포츠댄스는 기술의 난이도에 따라 운동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만성질환자부터 선수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다. 느리고 빠른 동작들이 조화를 이루며 심폐기능을 강화시키고 혈액순환을 촉진하기에 탄력 있는 몸매 유지와 노화방지 성인병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안양 동안여성회관 스포츠댄스 주부동아리 회원들.
안양 동안여성회관 스포츠댄스 주부동아리 회원들.김재경

춤에 푹 빠져 살아요

춤으로 단련된 건강 미인들은 바지런하다. 초·중·고까지 세자녀를 둔 한 주부는 노래교실에서 에어로빅까지 자기관리만큼은 철저하기에 매사에 빈틈이 없다.

춤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남편까지 춤에 합류시킨 이 주부는 부부 팀으로 청소년 수련관에서 함께 차차차를 추면 하루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고.

관양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스포츠댄스강사로 활약하는 반경숙(53)씨는 국내는 물론 권위 있는 국제자격증까지 모두 취득했다. 뒤늦게 숨겨진 끼를 발견했지만, 좋아하는 춤에 푹 빠져 사는 삶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심근경색으로 심장 우회수술을 받은 관양동의 송추자(67) 왕언니는 스포츠댄스를 하며 다시 활기를 찾은 산 증인이다. 나비가 날듯 휙휙, 팡팡 스포츠댄스에 나이마저 잊고 산다. 유연한 춤꾼 4년 경력은 왕언니를 건강 미인으로 거듭나게 했다.

주부동아리 회원들은 지난해 서초구 댄스경연대회에서 1위, 올해 88체육관 국제댄스경연대회에서 2위를 한 춤꾼들이다. 저마다 강사로 활약하거나 동안노인복지회관의 재활센터에서 생기발랄한 자원봉사로 보람찬 인생을 즐긴다.

스포츠댄스의 원래 명칭은 댄스스포츠다. 댄스와 스포츠의 만남이지만 춤의 이미지를 곱지 않게 여기던 우리 문화 특성상 슬쩍 스포츠댄스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춤꾼들은 스포츠 댄스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세계적인 춤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포츠댄스는 해를 거듭할수록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문화센터나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우리안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스포츠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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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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