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전반전 경기에서 배준호가 두 번째 골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뒤이어 정식 감독으로 선임된 홍명보 감독은, 첫 명단에서는 가벼운 부상 등의 이유로 선발하지 않았으나 "배준호의 실력은 잘 알고 있고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특별히 콕 짚어 언급할 만큼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상 복귀 이후 2024-25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에서 현재 도움 1위에 오를만큼 꾸준한 활약을 펼쳤고, 지난 10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2연전을 앞두고 마침내 홍명보호에 처음으로 승선하면서 대표팀에 복귀했다.
특히 요르단-이라크와의 10월 2연전은 축구 대표팀에게는 북중미월드컵을 향한 최대 고비로 여겨진 승부처였다. 마침 대표팀은 에이스 손흥민이 부상으로 아예 차출이 불발된 데 이어, 요르단전에서는 경기 도중 황희찬과 엄지성까지 연이어 부상을 당하며 큰 전력 누수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배준호는 위기의 대표팀에서 중요한 순간에 '슈퍼 서브'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요르단과의 원정 경기에서 51분에 부 상당한 엄지성을 대신해 교체 출전한 배준호는 짧은 시간에 요르단의 측면을 흔들어 놓으며 경기흐름을 바꿔놓았고, 오현규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도움까지 기록했다. 이어 이라크와의 홈경기에서는 손흥민의 자리였던 왼쪽 윙어로 나서 A매치 첫 선발 출전을 기록했고, 전반 41분 오세훈의 득점을 어시스트해 2경기 연속 도움을 달성했다.
10월 A매치를 통해 자신이 충분히 즉시전력감임을 증명해낸 그는 11월 A매치 2연전에서도 당당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5일 쿠웨이트전에서는 후반 17분 교체 출전해 29분 황인범의 패스를 이어받아 추가골을 터뜨리며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달성했다.
당시 쿠웨이트의 만회골로 쫓기는 흐름이었던 한국은 배준호의 쐐기골로 덕분에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고, 결국 경기를 3-1 승리로 마무리지으며 쾌조의 4연승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ESPN "손흥민과 비슷한 수준 도달할 가능성 높은 선수"
한국 축구에서 배준호의 상승세가 더욱 고무적인 것은, A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이끌 2000년대생의 핵심 자원이자, 현재 부동의 에이스인 '손흥민의 후계자'로까지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배준호는 A대표팀에서는 주로 손흥민의 포지션인 왼쪽 윙어 자리에 기용됐고, 직접적으로 비교당할 수밖에 없는 부담 속에서도 빼어난 활약으로 손흥민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줬다. 쿠웨이트전에서 PK로 통산 50번째 득점을 기록한 손흥민에 이어, 교체 투입된 배준호가 나란히 골을 기록한 장면은, 마치 '한국축구의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상징처럼 보여지며 많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오랫동안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해온 손흥민은 최근 연이은 부상을 당하며 주춤했고,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하면서 관리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때맞춰 혜성처럼 등장한 배준호의 약진은, 대표팀이 손흥민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여가면서도 더욱 다양해진 공격 옵션을 갖출 수 있게 된 원동력이다.
배준호는 플레이스타일상 전성기의 에덴 아자르(은퇴)를 떠올리게 한다. 폭발적인 드리블과 플레이메이킹, 탈압박, 공간침투능력은 배준호의 최대 강점이다. 한국 선수들 중에서는 2살 위의 이강인과 더불어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는 평가다.
상대적인 약점으로 꼽히던 피지컬과 오프더볼 무브도 유럽 진출 이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도 보통 낯선 무대에서는 어느 정도 적응기가 필요한 것과 달리, 유럽 리그나 A매치 원정경기같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줄 아는 침착한 멘탈까지 갖췄다. 그가 최근 챔피언십과 A대표팀을 오가면서 보여주고 있는 놀라운 성장세를 고려하면, 조만간 프리미어리그(EPL) 같은 빅리그 진출도 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