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나의 해리에게>의 주은호(신혜선)는 PPS의 아나운서이다. 젊은이들의 로망이라는 그 직업이 그녀에게는 마치 시시프스의 형벌과도 같다. 매일 산 정상으로 돌을 굴려야 하는 숙명처럼 하루하루를 버틴다. 폭풍우 치는 바닷물 속에도, 죽은 시체가 나 뒹구는 냉동 탑차에도 오르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래서 아나운서의 품위를 손상한다고 후배가 대놓고 저격을 해도 기꺼이 사과해 마지 않았다.
그런데 악착 같이 버티던 그녀가 사라졌다. 그토록 애착을 느끼던 새벽 프로그램조차 포기한 채.
21일 방영된 9회는 그렇게 사라진 주은호로부터 시작된다. 주은호는 어디로 갔을까? 아니 왜 그녀는 안간힘을 쓰며 버티던 삶으로부터 튕겨져 나갔을까? 앞서 8회 드라마의 엔딩은 단 한 마디였다. 바로 정현오(이진욱)가 결혼한다는 그 한 마디.
정현오와 주은호는 아나운서 동기로 8년이라는 시간을 연인으로 같이 했다. 관심이 있냐, 없냐로부터 시작해서 "왜 나랑 사귀냐", "너를 사랑하니까"로 이어진 두 사람의 인연은 '결혼'이라는 단어가 주은호의 입에서 나온 그 순간 정현오의 단호한 마침표로 마무리됐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8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그렇게 만들 수 있냐는 말에 정현오는 이별이 그런 거라며 움켜 쥔 주은호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뺐다.
<나의 해리에게> 정현오와 <헤어질 결심> 해준의 공통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