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 애호가들 사이에서 고전 3대 거장 혹은 4대 거장에 대한 지식 자랑은 드문 일이 아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미조구치 겐지, 나루세 미키오 같은 이름은 세계적 명성과 함께 각자 고유의 색채로 영역을 나누며 세기를 초월해 여전히 애호되는 중이다. 그중 오즈 야스지로의 이름은 거의 이견이 없는 정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그런 오즈 야스지로의 수많은 영화 목록 중에도 맨 위에 놓이는 <동경 이야기>가 요즘 국내 극장가에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인 명작 재개봉 열풍을 타고 오랜만에 스크린에 걸렸다. 많은 미디어가 이를 언급하고 주목했다. 하지만 <동경 이야기> 재개봉에는 슬그머니 따라붙은 작품이 하나 더 있었다. 역시 도쿄를 배경으로 한 후속작 <동경의 황혼>이다. 이 작품은 공식적으로 첫 개봉이기도 하다. 하지만 익숙한 <동경 이야기>에 비해 <동경의 황혼>은 최초 정식 공개임에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한 편이다. 그러나 두 작품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의식을 포착한다면, 어쩌면 더 집중적으로 소개해 마땅할 기운을 이 영화가 가득 품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