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드 룸스>의 한 장면.
찬란
다크웹이란 접속 허가가 필요한 네트워크나 특정 소프트웨어로만 접속할 수 있는 오버레이 네트워크 기술로 작동하는 웹을 말한다. 사회 시스템을 바꾸려 하는 이들이 국가의 감시나 검열을 피해 다크웹으로 숨어들었기에 그 의도가 합리적이었으나, 기관의 추적을 피하려는 의도로 각종 범죄자들이 숨어들기 시작하며 그 의도가 불순해지기도 했다. 논란의 한가운데 있다.
캐나다 영화지만 퀘벡을 배경으로 하기에 프랑스어를 바탕으로 하는 <레드 룸스>는 '레드 룸'이라고 하는 다크웹 속 도시전설 스너프 필름 사이트를 소재로 가져왔다. 재판을 받는 슈발리에는 어린 소녀들을 고문하고 죽이는 과정을 생중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복면을 쓰고 있어 영상 속 범인이 슈발리에라는 걸 확신할 수 없어 재판은 지지부진하다.
영화는 어린 소녀들이 고문받고 죽어가는 영상을 최소 2번 이상 보여주지만 화면상으로 볼 수는 없고 소리만 들을 뿐이다. 소녀들의 울음소리와 비명소리. 특히 죽어갈 때 극도의 공포와 아픔이 묻어나는 비명소리는 아주 오랫동안 귓속에, 머릿속에 머물 것 같다. 가히 치명적이다. 감독은 잔인하게 죽어가는 피해자의 모습을 전시하는 대신 피해자가 얼마나 처참하게 죽어갔는지 받아들이게끔 조절한 것이리라.
한편 초반에 검사와 변호사가 슈발리에를 두고 배심원들에게 설파하는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법정 영화의 느낌이 물씬 풍기나 이후 영화는 법정 밖으로 나가 켈리앤으로 이야기로 흐른다. 즉 사건을 두고 재판 이야기도, 가해자 이야기도, 피해자 이야기도 아닌 법정에 항상 참석하는 방청객 한 명에 시선을 맞춘 것이다. 가히 획기적인 기획이다.
범죄 자체가 아니라 범죄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