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임명된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 우측에서 두번째가 이용남 위원
지난 4월 임명된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 우측에서 두번째가 이용남 위원문화체육관광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이용남 위원이 위원으로 선임되기 전 본인이 감독한 영화들을 상영등급분류도 받지 않은 채 영화상영관 등에서 수차례 상영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영화들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로부터 상영등급분류 면제 추천을 받지도 않았다. 일부 조건을 제외하고 상영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화비디오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고양시병)은 영등위와 영진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본 결과, 이용남 영등위원이 본인이 감독하거나 제작한 영화 <행복의 발견〉, <유돈노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느루>, <장마> 등을 영등위로부터 상영등급분류를 받기 전 영화상영관 등에서 상영했다고 밝혔다.

이용남 위원은 지난 4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영등위원으로 위촉된 우파 영화인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 출범한 문화자유행동 공동대표다. 영등위원 위촉 당시에도 블랙리스트에 관련된 인사에 영화계의 신망이 없는 극단적 성향의 인사들이 선임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관련기사 : "극단적 활동하던 분들" 9기 영등위원 선임에 영화계 우려 https://omn.kr/28i64).

이기헌 의원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이용남 위원은 지난해 11월 18일 오후 CGV 청주터미널점 2관에서 본인이 감독 한 북한인권 문제를 다룬 <행복의 발견〉 시사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올해 5월 9일에야 영등위 상영등급분류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시사회 당시 상영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채 영화상영을 한 것이다. 영진위로부터 상영등급분류 면제추천도 받지 않았다.

이 위원은 또 2022년 11월5일 청주씨어터제이에서 본인의 또 다른 북한인권영화 <유돈노우> 프리미어 시사회를 열었다. 이 영화 또한 이듬해인 2023년 9월 19일 상영등급분류를 받았다.

2021년 10월 3일 명보아트시네마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비판 다큐멘터리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시사회도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채 진행됐다. 이 영화 등급분류일은 2021년 12월 20일이다. 이 위원은 해당 다큐멘터리의 제작자다. 공동 영화감독인 이유진·김윤희 중 김윤희 감독은 지난 4월 이용남 위원과 함께 영등위원으로 위촉된 인물이다.

문체위 소속 국힘 배현진 의원 다큐 제작하기도

 이용남 영등위원이 연출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다큐멘터리 영화 <느루>
이용남 영등위원이 연출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다큐멘터리 영화 <느루>다음 영화 갈무리

다큐멘터리 <느루>도 등급분류(2019년 9월 16일) 전인 2018년 11월 10일 제6회 시민영화제 NFF(Nameless Film Festival) 와 2019년 3월 2일 서울국제자유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느루>는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 대한 다큐로 이용남 위원이 감독이다. 그는 해당 영화가 상영된 시민영화제와 서울국제자유영화제와 집행위원장이기도 하다.

이용남 위원이 감독한 또 다른 다큐멘터리 <장마> 또한 등급분류(2020년 1월20일)를 받기 전 제7회 시민영화제 NFF(2019년 9월 10일)에서 선보였다.

이기헌 의원은 "이처럼 특정 인물의 법 위반이 상습적으로 이어졌지만, 정작 영등위에선 아무 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화비디오법상 영화업자는 제작 또는 수입한 영화에 대해 상영 전까지 상영등급 받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고, 이 법을 이행하는 기관이 바로 영등위" 라며 "이렇게 상습적으로 법 위반을 한 사람이 어떻게 영등위원이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등위는 법률을 위반해 상영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영화를 상습적으로 상영한 이용남 위원을 경찰에 고발하는 등 관련 법을 명확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은 16일 <한겨레>에 "2014~2023년 매해 충북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11월 사업 보고 시기에 맞춰 영화 시사회를 열었다"며 "무료 상영이라 수익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돈을 받는 게 아니면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영등위 국정감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