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정년이>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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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를 폄하하는 뜻이 담긴 '개화기'라는 용어로 표현되는 구한말에도 서양문화가 대거 유입됐다. 해방 이후와 1950년대의 문화 현상도 그 시절을 연상케 할 만했다. 거기다가 1950년대에는 미군부대와 미국 경제원조가 한국에서 지배적인 힘을 발휘했다. 이 역시 한국이 서양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한국전쟁 2년 뒤인 1955년 4월 16일 토요일, 국회의장 이기붕이 개의를 선언한 뒤에 자유당 박영종(1917~1959) 의원이 서울대 교수 출신인 이선근(1905~1983) 문교부장관에게 서양문화 범람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신문사 기자와 호남신문사 편집국장을 역임한 박영종 의원은 한국이 외래문화에 대해 "무방비" 상태라며 한탄조의 대정부질의를 했다. <국회 정기회의 속기록> 제20회-제28호에 그의 발언이 수록돼 있다.
"매일 신문을 보면 제1면 기사는 대부분 외국 통신을 실고, 그것은 현실상 부득이한 것이고 당연한 일입니다. 모든 출판물을 볼 때에 외국 간행물 번역물이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지, 우리 창작이나 우리의 독립적인 주장이 출판되고 있는 것이 없고, 라듸오 방송만 보더라도 말할 수 없어요.
그럴 뿐만 아니라 음악·미술·예술 각 문화를 통해 우리의 자주적인 어떤 것을 지도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느냐, 이 정신 면에 있어서 문교부장관으로서 현재 자재가 부족하고 혹은 재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여러 가지 악조건도 있겠지만,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 그 구상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외국문화가 한국을 휩쓰는 상황에 대해 어떤 구상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문교부장관은 "미안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전 세계 인류사회 전체를 구원하는 새로운 철학이 이 땅에서 나와야 된다고 이 사람은 믿고 또 외치고 있읍니다"라며 "다만 이것을 어떠한 방법으로 단시일에 구축해야 할 것이냐 하는 이 점만은 미안합니다만 박 의원께 답변드릴 수가 없읍니다"라고 말했다.
문화현상을 총괄하는 문교부장관마저도 미국문화 범람에 대해 "미안합니다"라며 무대책을 시인했다. 여성국극이 인기를 끈 것은 바로 이때다. 그래서 여성국극의 인기는 대단하다.
1999년 2월 23일자 <매일경제> '여성국극 토요일마다 본다'는 40여 년 전의 여성국극 인기에 관해 "40~50년대에는 새로운 연극 장르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김진진·김경수 등 스타 배우를 낳기도" 했다고 말한다.
기사에 거명된 김경수에 관해 1996년 8월 12일자 <조선일보> '여성국극 50년대 영광 되찾아야죠'는 "김씨는 18세 때인 54년에 당시 전국의 극장가를 휩쓸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여성국극단에 단원으로 발탁되었다"라고 소개한다.
기사는 "그 후 57년까지 <무영탑>, <바우와 진주목걸이>, <낙화유정>, <콩쥐 팥쥐>, <춘향전> 등에서 매혹적인 저음의 창(唱)과 미모·연기력으로 관객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고 말한다. 박영종이 "음악·미술·예술 각 문화"에도 서양문화가 범람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로 그 시기에 여성국극은 "전국의 극장가를 휩쓸며" 일종의 역주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 '정년이' 속 여성 국극의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