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열 개의 우물> 티저포스터, 김미례감독
감 픽쳐스
<열 개의 우물>(2023)은 나의 여섯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이다. 내가 처음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건설 현장에서 '노가다'로 불리던 나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한국 외환위기 때 긴 실업으로 절망했던 아버지가 집을 나가겠다는 말에 충격을 받고, 나는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노동과 삶을 보여주는 <노가다>(2005)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일본 등에서 상영되었다. 이어서 비정규직 법안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기 시작한 이랜드 홈에버 여성 노동자들의 510일 간의 파업을 기록한 <외박>(2009)이 만들어졌다. 노동 이슈에 이어서 2014년에는 저항과 역사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를 시작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2019)을 완성하여 국내에서 첫 개봉을 했다.
각각의 다큐멘터리의 작업 시간은 완성에 이르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최근에는 여섯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열 개의 우물>(2023)을 완성했다. 다큐멘터리의 극장 개봉이 어렵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나의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가져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과, 단 한 분의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라도 개봉을 시도한다. 그동안 제작해왔던 작품들을 정리하면서 내가 살아온 삶의 여정을 되돌아보게 됐다.
나의 여섯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열 개의 우물>(2023)은 나의 여섯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이다. 나는 삼십 대 초반부터 일 년도 안 된 아이와 함께 집 밖을 떠돌았고, 삼십 대 후반에 다큐멘터리 작업을 시작했다. 소박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십여 년이 흘렀다. 작업하는 내 주위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내 아이보다는 늘 그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고 느끼던 어느 날, 나는 나의 마음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한 아이가 청년이 되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언제나 혼자서 나를 기다리던 조그만 아이. 어디 둘 곳이 없어서 여기저기 맡겨졌던 아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 먼 세계를 떠돌아도 언제나 그 아이 곁으로 돌아왔던 나의 귀가는 어색했다.
그렇게 여섯 편의 장편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시간 동안 나의 어둠 속에서 아이는 자라고 있었다. 나에게는 너무 어색한 '엄마'라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나 자책이 아니다. 아이가 자라고 있던 그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고, 아이를 따듯하게 품어주지 못했다는 아픔이 아이의 키만큼 자란 것이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2019)의 후속 작업으로 인천 부평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나는 십정동 해님방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내가 아이를 데리고 어쩔 줄 몰라 하던 그 시절, 그녀들을 만났더라면 얼마나 힘이 되고 고마웠을까. 생계를 위해서 밤낮없이 일을 해야 했던 여성들과 그녀의 아이들을 품어주고 함께 살아갔던 그 여성들을 만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