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접전 끝에 적지에서 kt를 꺾고 플레이오프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8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때려내며 6-5로 승리했다. 양 팀이 1승1패로 맞섰던 역대 6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3차전 승리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확률은 100%다. LG가 3차전 승리를 통해 플레이오프로 가기 위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뜻이다.

LG는 오스틴 딘이 5회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포함해 3안타3타점1득점으로 맹활약했고 박동원도 선제 솔로홈런과 함께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최원태가 2.2이닝5피안타1사사구4탈삼진3실점(2자책)으로 아쉬운 투구를 했지만 3회에 올라온 두 번째 투수의 역투가 돋보였다. 가을야구 데뷔전에서 5.1이닝2피안타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3차전의 영웅이 된 좌완 손주영이 그 주인공이다.

가을의 명예회복 위한 염갈량의 변화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한을 풀었지만 사실 염경엽 감독은 가을야구에서 그리 강한 감독이 아니었다. 실제로 염경엽 감독은 2013년 넥센 히어로즈 시절부터 2019년 SK 와이번스 시절까지 5번의 가을야구를 경험했지만 통산 9승17패(승률 .346)로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실제로 LG 감독을 맡기 전까진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승리해 다음 단계로 올라간 적이 단 한 번(2014년 플레이오프)에 불과했다.

따라서 염경엽 감독으로서는 정규리그 3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하는 올해가 명예회복을 위해 대단히 중요했다. 올해 가을야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역시 LG를 이끌면서 염경엽 감독이 확실히 달라졌네"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지만 올해 가을야구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작년 우승은 멤버가 좋았을 뿐, 염경엽 감독의 '가을징크스'는 여전하네"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염경엽 감독은 많은 변화를 단행했다. 73승 투수 케이시 켈리를 포기하면서 영입한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불펜으로 돌린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다소 불안했던 필승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여기에 초반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줬다가 후반기 타율 .119(42타수5안타)로 침묵한 2년 차 신예 김범석을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
이렇게 LG와 염경엽 감독은 철치부심하며 준프레이오프를 맞았지만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5위 결정전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3연승을 내달리며 준플레이오프에 올라온 kt에 2-3으로 패했다. 1차전 패배로 기세가 꺾일 뻔했던 LG는 6일 열린 2차전에서 5.1이닝2실점(1자책)을 기록한 선발 임찬규의 호투와 kt가 4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자멸하는 틈을 타 7-2로 승리하면서 반격에 성공했다.

LG는 장소를 수원으로 옮겨 kt와 3, 4차전을 치르게 됐고 3차전에서 프로 10년 차의 베테랑 최원태를 선발로 내세웠다. 염경엽 감독은 경험 많은 최원태의 호투를 기대했지만 최원태는 3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LG는 선발투수가 조기 강판 됐음에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두 번째 투수 손주영이 자신의 가을야구 데뷔전에서 '인생투'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가을야구 구원승으로 시즌 10승 채웠다

경남고 출신의 손주영은 고교 시절부터 또래들 중 가장 뛰어난 좌완투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7년 신인 드래프트 2차1라운드 전체 2순위로 LG에 지명됐다. 하지만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투수에게 프로의 벽은 너무 높았다. 손주영은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9경기에 등판해 17.2이닝14실점으로 2패 평균자책점 7.13을 기록한 후 2018년 12월 상무가 아닌 현역으로 군에 입대했다.

2020년 6월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손주영은 2021년 후반기 6번의 선발등판기회를 얻었고 8월29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이닝2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1년 성적은 1승3패 8.44에 불과했고 2022년에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다. 손주영은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작년 시즌에도 시즌 막판에 1군에 올라 3경기 등판에 그쳤다.

손주영은 올 시즌 두 외국인 투수와 임찬규, 최원태, 김윤식(사회복무요원)을 잇는 6선발 겸 대체선발로 분류됐다. 하지만 손주영은 김윤식의 몸 상태가 늦게 올라오면서 5선발로 올라섰고 시즌 첫 등판부터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렇게 LG의 선발투수로 자리 잡은 손주영은 올해 11번의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9승10패1홀드3.79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LG의 붙박이 선발투수로 맹활약했다.

정규리그 활약만 보면 LG의 토종 에이스라 해도 손색이 없지만 손주영은 준플레이오프에서 경험 많은 선배들에 밀려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8일 3차전에서 최원태가 조기에 흔들리면서 염경엽 감독은 3회 2사 후 손주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8회까지 64개의 공을 던진 손주영은 5.1이닝2피안타7탈삼진 무실으로 kt 타선을 완벽하게 압도하며 첫 가을야구 등판에서 승리를 챙겼다.

올해 빅리그 9경기 등판 중 선발 등판이 1번에 불과했던 에르난데스와 달리 손주영은 올해 불펜 등판이 한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불펜보다 선발에 익숙한 투수다. 하지만 손주영은 쉽지 않았던 가을야구 데뷔전을 낯선 불펜 등판으로 가졌음에도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LG에 승리를 안겼다. 정규리그에서 아쉽게 놓쳤던 시즌 10승을 가을야구에서 채운 손주영은 올가을 LG 마운드의 가장 확실한 카드로 떠올랐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2024준플레이오프 LG트윈스 손주영 구원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