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8년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한창인 아프가니스탄, 미 육군 상사 존 킨리(제이크 질렌할)는 탈레반의 사제 폭탄 공장을 찾아 파괴하라는 임무를 맡았다. 검문 수색을 하던 어느 날, 부하와 통역사를 잃게 된다. 이후 새로운 통역사를 뽑는다. 그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리자 새로운 통역사 아메드(다 살림)는 "그저 먹고살고자 일을 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존과 아메드는 어디든 함께 다닌다. 아메드는 탈레반에 적개심을 품은 인물로 아들을 잃었다. 이제 그는 미군에 소속됐기에 탈레반에서는 배신자 내지 반역자로 낙인찍혔을 터였다. 아메드는 미군에 협조한 후 미국 비자를 받으려 한다. 존은 아메드가 처음에는 선을 넘을 듯 말 듯 자신의 명령을 잘 지키지 않는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후 그를 차츰 이해하기 시작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색 중인 존의 부대, 이번엔 폐광산이다. 드디어 사제 폭탄 공장을 찾은 듯하다. 그런데 곧 탈레반 지원군이 몰려든다. 모든 부대원을 잃고 간신히 빠져나온 존과 아메드. 이후 부지불식간에 총상당하고 쓰러지는 존을 아메드가 구한다. 부상당 존을 데리고 미군 기지까지 100km 넘는 험난한 길을 떠난다. 과연 그들은 무사하게 도착할 수 있을까.

계약의 신성함

 영화 <더 커버넌트>의 한 장면.
영화 <더 커버넌트>의 한 장면.제이앤씨미디어그룹

가이 리치 감독은 1998년에 데뷔 후 쉬지 않고 영화를 찍어왔다. 데뷔작 <록 스타 앤 투 스모킹 배럴즈>를 포함해 호평을 받은 영화들도 많고 <셜록 홈즈>, <알라딘> 등으로 흥행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에도 쉬지 않고 영화를 내놨다. 그 중 <더 커버넌트>는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명배우 제이크 질렌할을 원톱으로 내세운 <더 커버넌트>는 '계약, 서약'이라는 뜻을 지닌 원제를 그대로 차용했다. 살다 보면 인생의 대부분이 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계약서가 필요 없이 암묵적으로 지키는 사소한 것부터 큰 일까지 그렇다.

때로는 계약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애써 무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 커버넌트>에서 아프가니스탄 현지 통역사 아메드의 행동,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존을 구한 행동은 계약의 신성함을 일깨운다.

아메드는 미군과 체결한 공적 계약과 존 킨리와 맺은 사적 서약을 기반으로 행동했다. 누군가한테 배신자이자 반역자로 낙인찍히면서도 미군 소속이 되는 순간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메드가 특별한 건 그가 존을 구하기 위해, 즉 공적 계약을 훌쩍 뛰어넘는 사적이고 또 인류애적인 행동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전쟁 장르지만 휴머니티 드라마

 영화 <더 커버넌트>의 한 장면.
영화 <더 커버넌트>의 한 장면.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의 원제는 'Guy Ritchie's The Covenant'인데 해석해 보면 '가이 리치의 약속'이라는 뜻이다. 영화 외적으로 감독이 관객에게 말하고 있는 것도 같다. 마치 '내가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게'라고 말한 약속을 지키려는 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는 정말 잘 만들어졌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부조리함과 현실감 넘치는 전쟁 상황을 잘 표현했다. 후반부에선 보다 개인에 천착해 감정을 잘 들여다봤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리얼리티가 상당하다. 전쟁은 20세기까지의 전유물인 줄 알았건만, 여전히 전쟁은 터지고 사람들은 수시로 다치고 죽는다. 그럼에도 영화는 리얼리티를 딱 필요한 만큼만 사용한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전쟁 영화지만 휴머니티 드라마를 지향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메드라면, 피붙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몇 년 동안 함께 사선을 넘어온 전우도 아닌 이를 목숨 걸고 구할 수 있을까. 내가 존이라면, 현지에서 배신자이자 반역자로 낙인찍혀 도망 다니는 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설령 그가 내 목숨을 구한 사람이라도 그렇다. 네가 나를 때렸다고 무조건 나도 너를 때리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를 구했다고 나도 너를 구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고 긴장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감동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감독의 몫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완벽하다. 작정하고 이 삼박자의 조화를 이뤘다.

 영화 <더 커버넌트> 포스터.
영화 <더 커버넌트> 포스터.제이앤씨미디어그룹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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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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