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김도영(왼쪽)과 윤도현이 3회말 공격을 마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에서 만날지 모를 삼성을 상대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기아는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5-3으로 승리했다. 기아는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된 후 나성범, 최형우, 김선빈 등 베테랑 선수들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음에도 변함없이 강한 전력을 과시하며 정규리그 2위를 확정한 삼성을 꺾었다(84승2무53패).
기아는 부상 복귀전을 치른 좌완 윤영철이 3이닝1피안타2탈삼진 무실점으로 구위를 점검했고 1.2이닝을 1볼넷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두 번째 투수 김기훈이 시즌 첫 승리를 챙겼다. 타선에서는 40-40에 도전하는 김도영이 시즌 38호 홈런과 함께 3안타3득점으로 KBO리그 역대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고, 프로 데뷔 첫 1군 선발 출전한 윤도현은 3안타1타점1득점을 기록하며 범상치 않은 재능을 뽐냈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유망주들
각 구단들은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포지션에 유망한 신인들을 지명하지만 야구에서 야수 한 명을 주전으로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구단들은 공 들여 키운 유망주가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같은 스타로 성장하길 바라지만 실제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들이 더 많다. 그리고 이는 올해 김도영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길러낸 기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아는 지난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로 원광대의 유틸리티 내야수 강한울을 지명했다. 강한울은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고영표(kt 위즈), 양석환(두산 베어스) 등 KBO리그의 스타로 성장한 선수들보다 일찍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강한울은 KIA에서 3년간 활약하다가 2016년 12월 FA 최형우의 보상 선수로 지명받아 삼성으로 이적했고, 삼성에서도 끝내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최희섭(KIA 2군 타격코치)과 이범호의 뒤를 이을 대형 내야수가 필요했던 기아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 전체 2순위로 경기고의 황대인을 지명했다. 황대인 역시 구창모(상무)와 김재윤(삼성),송성문(키움 히어로즈)보다 일찍 선택을 받은 대형 유망주였다. 황대인은 2022년 91타점으로 뒤늦게 잠재력을 터트리는 듯 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지난해 60경기에 이어 올해는 3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로컬보이' 출신의 좌타 거포 유망주 김석환 역시 잠재력에 비해 성장 속도가 아쉬운 대표적인 선수로 꼽힌다. 2017년 기아에 입단해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김석환은 2022년 시범경기에서 3할 타율과 함께 2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기아 팬들을 설레게 했다. 그렇지만 2022년 51경기에서 타율 .149, 지난해 12경기에서 타율 .130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올해는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기아는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야탑고의 박민을 2차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지명했다. 그러나 이주형(키움)과 김지찬(삼성), 손호영·황성빈(이상 롯데 자이언츠), 최지훈(SSG) 같은 입단 동기들이 각 구단의 주전으로 자리잡는 동안 박민은 1군에서 통산 46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프로 입단 3년 만에 선발 데뷔전
2022년 신인 드래프트의 큰 관심은 '과연 기아가 동성고의 천재 내야수 김도영과 진흥고의 강속구 투수 문동주(한화 이글스)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였다. 광주일고 시절 김도영의 라이벌로 평가 받았고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기아의 지명을 받은 윤도현에게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기아는 윤도현 역시 김도영과 함께 육성시킬 대형 유망주로 판단하고 지명했다.
윤도현은 루키 시즌부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시범경기 도중 김도영과 충돌해 중수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며 수술을 받았다. 윤도현은 이 부상으로 루키 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지난해에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에서 단 1경기 출전에 그쳤다. 퓨처스리그에서도 11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입단 2년 만에 '슈퍼 유망주'의 자질을 보인 김도영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등번호를 11번으로 교체한 윤도현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자체 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막판 옆구리 부상을 당한 윤도현은 4월 퓨처스리그 경기 도중 또 다시 손가락 부상을 당하는 악재에 시달렸다. 윤도현은 8월 부상에서 회복해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했고 지난 21일 한국시리즈를 위해 일찍 시즌을 마감한 나성범 대신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콜업과 함께 주전으로 출전할 예정이었던 윤도현은 21일과 22일 경기가 우천으로 연기되면서 23일 삼성전에 시즌 첫 출전이자 프로 데뷔 첫 선발 경기를 치렀다. 윤도현은 첫 타석부터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고 3회 내야 안타에 이어 5회에는 김도영을 홈으로 불러 들이는 적시타로 데뷔 첫 타점까지 기록했다. 윤도현은 프로 데뷔 첫 선발 경기에서 3안타1타점1득점을 기록하며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고교시절 라이벌이었던 김도영은 올해 타율 .347 38홈런106타점138득점40도루를 기록하며 강력한 정규리그 MVP 후보로 불리고 있다. 이제 막 1군 선발 데뷔전을 치른 윤도현과의 격차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벌어진 셈이다.
그러나 윤도현이 굳이 김도영을 비교 대상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프로 입단 후 3번째 시즌에 1군 데뷔전을 치른 후 훗날 팀의 주전으로 성장한 선수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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