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올해의 데뷔작이라고 말할만하다. 아직 3달 넘게 남겨둔 2024년에 앞으로 더 몇 작품의 수작을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장손>보다 더 훌륭한 데뷔작을 만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부장적 관습을 따르는 가족의 모습을 사계절이라는 배경과 함께 그려낸 <장손>은 끝내 바뀌지 않는 모순된 전통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품이다.
견고한 연기와 정교한 연출이 만나서 눈부신 서사를 만들어 내었다. 종종 <장손>은 에드워드 양 감독이나 임권택 감독을 떠올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 에드워드 양이 죽음의 그림자 속에 성장하는 가족, 제사와 죽음의 과정 속에서 어두운 가족의 모습을 그려냈던 임권택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거기에 실력파 중견배우들 사이에서 강렬한 눈빛으로 장손 역할을 해낸 강승호란 배우의 발견까지. 그렇기에 이 작품을 두고 올해의 데뷔작이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