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장기자랑> 스틸컷
인디그라운드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침몰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단원고등학교 학생 250명을 포함하여 총 304명이 사망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경,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병풍도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되어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청해진해운 소속으로 인천 – 제주 항로를 운항하던 연안 여객선. 이 배에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의 교사와 학생 339명을 포함한 승객 476명이 탑승해 있었다. 사고의 결과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 그대로다. 구조자가 172명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참혹하고 또 참담했던 비극적인 사고. 그 배경에는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던 우리나라의 안전 관리 실태와 사실을 은폐하고 회피하기 바빴던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있었다.
무엇보다 이 사고가 큰 충격을 줬던 것은 불특정한 대상이 피해자로 남았던 이전의 대형 재난 사고와 달리,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및 교직원들이 희생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사고 당시 객실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이 반복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어른들의 말을 믿고 지시를 따랐던 학생들 대부분이 피해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 날의 기억은 진전이 없는 진상규명과 함께 여전히 현재에까지 닿아있다.
02.
이소현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장기자랑>의 첫 장면은 무대 위 연극의 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면 잘 짜인 대본과 배우들의 본능적인 끼보다 오랜 연습과 노력으로 완성된 것만 같은 힘이 잔뜩 들어간 무대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노래를 부르는 배우의 목소리에서도 앳된 떨림이 느껴지고, 무대 위에 마련된 소품도 조금 조잡해 보인다. 그 모습이 어색해서 더 이상 보고 싶어지지 않는다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 작품의 퍼스트 신이 주는 첫인상은 흥겨운 외면 아래에서 요동치는 짙은 그리움이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7명의 엄마와 한 명의 연출가가 있다. 세월호 사고로 신체의 일부와도 같은 아이들을 잃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던 엄마들은 재밌겠다며 지나가듯 했던 한 마디에 연극을 시작하게 되었다. 연극인 김태현이 연출자로 있는 4.16 가족 극단 '노란 리본'의 시작점이다. 당시 코미디 연극을 많이 연출했던 김 감독은 참사의 무거움으로 인해 어두운 일상을 보내고 있던 엄마들에게 웃음과 활력을 되찾고 남은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선사하고 싶다는 생각에 설득을 시작했다고 한다. 생전 살림만 하던 엄마들은 에너지 넘치게 까불며 리드하던 김 감독의 모습 앞에 홀리듯 끌려 어느 순간 단원 노인 복지관의 무대 위에 서게 된다. 이듬해인 2015년의 일이다.
그렇게 두 편의 작품을 완성한 이들은 2019년 <장기자랑>이라는 이름으로, 안산단원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아무런 사고도 없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게 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완성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