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KIA가 27개의 안타를 주고 받는 화력전 끝에 적지에서 2위 삼성을 꺾었다.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8개의 안타를 터트리며 15-13으로 승리했다. 양 팀 합쳐 무려 18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오를 정도로 투수들이 크게 고전했던 이날 경기에서 짜릿한 승리를 따낸 KIA는 2위 삼성과의 승차를 다시 5.5경기로 벌렸다(72승2무49패).
KIA는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6번째 투수 곽도규가 시즌 3번째 승리를 따냈고 9회에 등판해 1이닝1실점을 기록한 정해영은 27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타선에서는 무려 6명의 선수가 멀티 히트를 기록한 가운데 선두 타자로 출전한 이 선수가 3점 홈런을 포함해 3안타5타점4득점을 폭발했다. KIA의 주전 유격수이자 올 시즌 1번타자로 맹활약하고 있는 강력한 유격수 골든글러브 후보 박찬호가 그 주인공이다.
아쉬운 성적의 유격수 골든글러브 수상자들
물론 이종범이나 강정호,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처럼 유격수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타격 성적으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야의 야전사령관'으로 불리는 유격수는 포수와 함께 타격 성적만큼 수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아쉬운 타격 성적을 기록하고도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은 KBO리그 초기였던 1980년대 4년 연속 골든글러브(1983~1986년)를 포함해 무려 5번의 골든글러브를 독식했다. 하지만 김재박이 3할 타율을 기록했던 시즌은 1984년과 1985년 두 번에 불과했고 1986년엔 .264의 타율에 그치고도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KBO리그 초기에는 타격 능력이 뛰어난 유격수가 부족했고 매년 김재박이 어렵지 않게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수 있었다.
1992년에는 정규리그 3위 롯데 자이언츠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 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염종석과 박정태, 김응국 등 주요 선수들이 황금장갑의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이변을 일으킨 선수는 타율 .243 82안타의 성적으로 커리어 처음이자 마지막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던 루키 박계원(부산고 감독)이었다(물론 그 해 인상적인 성적을 올린 유격수가 없기도 했다).
2010년대 두산 베어스의 주전 유격수였던 김재호는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후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물론 김재호는 같은 기간 2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고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라는 프리미엄도 있었다. 하지만 2016년엔 시즌 20홈런을 기록했던 유격수가 2명(김하성,오지환)이나 나오면서 7홈런에 그쳤던 김재호의 골든글러브 수상에 대해 다소 논란이 있었다.
2022년과 작년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는 LG 트윈스의 오지환이었다. 물론 25홈런87타점20도루를 기록했던 2022 시즌의 골든글러브 수상은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타율 .268 8홈런62타점에 그쳤던 작년엔 LG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한국시리즈 MVP라는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작년엔 커리어 첫 3할 타율을 기록한 KIA 박찬호와의 골든글러브 논쟁도 있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노리는 KIA의 돌격대장
장충고를 졸업하고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50순위로 KIA에 입단한 박찬호는 청소년 대표 출신의 유망주로 군입대를 앞둔 안치홍과 김선빈의 빈자리를 메울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1군에서 155경기에 출전한 박찬호는 타율 .169(201타수34안타)9타점25득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상무 시험에도 합격하지 못해 현역으로 군에 입대했을 정도.
하지만 전역 후 철치부심한 박찬호는 2019년 KIA의 주전 3루수 자리를 차지하며 타율 .260 131안타2홈런49타점60득점39도루의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그 해 7월14일에는 은퇴식을 치른 이범호 현 감독에게 등번호 25번을 물려 받기도 했다. 이범호 감독에 이어 KIA의 핫코너를 지켜 달라는 의미였지만 박찬호는 2020년 안치홍(한화 이글스)의 이적과 김선빈의 2루 변신에 따라 유격수로 자리를 옮겼다.
유격수 변신 후 약 2년 동안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고전하던 박찬호는 2022년 타율 .280 4홈런45타점81득점42도루를 기록하며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리고 작년에는 프로 데뷔 후 첫 3할 타율을 기록하면서 KIA의 간판 내야수로 떠올랐다. KIA팬들은 김선빈과 안치홍으로 이어지는 '꼬꼬마 키스톤'이 2010년대를 이끌었던 것처럼 박찬호와 김도영이 2020년대 KIA 내야를 이끌어 주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올해 김도영이 대폭발하고 박찬호의 기량이 무르익으면서 KIA팬들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박찬호는 올 시즌 116경기에 출전해 타율 .304 136안타 3홈런54타점73득점15도루로 맹활약하고 있다. 박찬호는 31일 삼성전에서도 3안타5타점4득점을 몰아치며 KIA의 돌격대장으로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박찬호의 5타점은 프로 데뷔 후 11년 만에 올린 한 경기 개인 최다타점 기록이다.
올해 KIA의 1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박찬호는 15도루12실패로 도루숫자와 성공률(55.6%)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359의 뛰어난 득점권 타율로 2021년에 세운 커리어 최다 타점(59개)에 5개 차이로 접근했다. 분명한 사실은 올 시즌 10개 구단 유격수 중에서 가장 많은 안타(136개)와 함께 유일하게 3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박찬호가 생애 첫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이 매우 유력하다는 점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