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국이 싫어서>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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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금융회사에 취직한 계나는 인천에서 강남까지 매일 출퇴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여름에는 그나마 낫지만 극심하게 추위를 타는 계나에게 한겨울에 바닥만 보일러가 돌아가는 웃풍 심한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고난의 연속이다.
재건축 바람으로 들썩이던 부모님은 집 사는 데 돈 좀 보태라며 성화다. 뼈빠지게 모은 돈을 재건축 부담금으로 쓰길 바란다. 한국 장녀가 벼슬인가. 뭐든 참고 희생하며 모범을 보여야 하는 건가. 이번에는 마음 약해지지 않을 거다. 벌써 20대 후반, 돈, 경력, 성취감도 없이 나이만 먹었다. 대체 뭘 위해 살아온 건지 모르겠다며 회의감만 든다. 이 악물고 참으면서 버티다 보면 보상받는다는 말,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었지만 더는 무리다. 연료가 바닥나 버렸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났는데 추위는 타지, 끈기 있게 해볼 생각도 없으면서 깐깐하기는 오죽, 돈 많은 집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소위 'SKY 대학' 출신도 아니다. 한국에서 본인은 경쟁력 없는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커진다. 그저 행복하고 싶었던 건데 한국에서는 행복해질 수 없어 한국을 떠나야만 했다. 새롭게 시작할 곳에서 작은 행복이라고 부디 찾길 희망한다. 직장, 가족, 연인(김우겸)을 뒤로하고 일 년 내내 따뜻한 삶을 찾기로 결심했다.
뉴질랜드에 간 계나는 서툰 영어 때문에 식당 허드렛일부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유학원 동기 재인(주종혁)을 만나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는다. 힘든 육체노동 후 공원에서 마시는 우아한 와인, 전문직과 아르바이트도 크게 월급 차이 없는 평등, 무엇보다 따뜻한 나라답게 추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큰 기쁨을 알아가던 계나는 살짝 그을린 피부와 유연해진 영어처럼 조금씩 타국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