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기억은 온전히 보존되지 않는다. 지나가버린 유년시절의 기억은 더욱 그렇다. 캠코더로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녹화한다고 해도 매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할 수 없고, 온전히 나의 시선과 일치된 시간들을 보관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종종 지나간 시간을 반추하다가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크게 부풀려 미화시킨다. 우리는 그걸 추억이라고 이름붙이고 종종 기억의 서랍장에 두었다가 꺼내 본다.
<애프터썬>은 어찌 보면 어렸을 적 아버지와 떠났던 여행을 다시 떠올려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영화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이 영화가 샬롯 웰즈 감독의 슬픈 자기변명처럼 보였다. 영화는 11살이었던 소피가 당시에 헤아릴 수 없었던 캘럼의 우울과 절규를 영화를 통해 어떻게든 되새겨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