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사진 왼쪽)과 앙가드 비시트가 23일(한국시간) 계체량 통과 직후 서로를 노려보고있다.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시합이 코앞인데 기분은 어떠세요?
"시합을 치를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것 같아요. 격투기 무대에 처음 데뷔했을 때는 긴장감에 며칠 전부터 잠이 안오고 그랬어요. 하지만 몇 경기 뛰어 보니 마음도 많이 차분해졌고 최근 들어서는 그걸 넘어서 냉정해지는 느낌이던데요. 지난 8강에서 지니우스 위에(중국)와 대진이 결정됐을 때 처음에는 주최 측에서 날 탈락시키려고 하나라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지난 시즌 준우승자이자 올시즌 우승 후보를 일찌감치 저하고 붙여버렸기 때문이죠.
그것도 잠시였어요. 긴장·속상함보다는 어떻게 이 선수를 잡아내고 모두에게 내 실력을 보여 줄 수 있을까에 집중했고 준비한 대로 경기를 잘 치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게 제 나름대로의 정신적인 성숙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요? 그냥 무덤덤합니다. 대진표가 처음 나왔을 때는 흥분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은 다운되고 머릿속은 꽉꽉 채워지는 것 같아요."
- 날이 갈수록 MMA가 발전하면서 분석과 전략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맞습니다. 과거 이종격투기 시대 그리고 거기에서 발전된 종합격투기 초창기만하더라도 더 잘하는 선수가 승리를 가져가고 상성도 되게 많이 탔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겠죠. 하지만 다양한 분석을 통해 이런저런 확률을 내 쪽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는 부분이 무척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의 파이팅 스타일의 장단점은 물론 특정 버릇까지도 디테일하게 파악하고 거기에 따른 대응법을 플랜A, 플랜B, 플랜C 등으로 다양하게 준비하죠.
전술운영 역시 무조건 상대의 장단점에 맞추는 것이 아닌 나의 특성과 신체적 능력까지 감안해서 짜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리 상대에 대한 분석과 대응법이 잘 준비돼 있어도 경기장에서 뛰는 내가 제대로 수행을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것이니까요. 누군가 '현대 MMA는 전략 전술의 시대다'고 표현하던데 정말 공감합니다."
- 전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를 보면 그런 부분이 더욱 실감이 나기는 합니다.
"그렇죠. 최근에 충격적인 녹아웃 패배를 당하며 챔피언 벨트를 빼앗기기는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페더급 17연승 행진을 달리는 등 그야말로 극강의 이미지를 보여주던 선수였죠. 특히 개인적으로는 그 선수의 아웃파이팅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보통 타격전에서는 사이즈가 큰 쪽이 신체적 이점을 살려 아웃파이팅을 구사하고 작은 쪽이 파고드는 경우가 많잖아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원거리 싸움은 큰 쪽이 주도합니다.
볼카노프스키는 달랐어요. 167.6cm의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훨씬 큰 선수들과의 거리싸움에서 대부분 승리했어요. 지난 경기 영상을 봐도 정말 신기할 정도입니다. 여기에는 그 선수가 타고난 점도 있겠지만 상대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더해 작전 수행 능력이 더해진 영향이 무척 크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트렌드를 가장 잘 대표하는 선수가 아닐까 싶어요."
"지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