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일럿>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2024년 상반기 기준 국내 극장가에선 두 편의 천만 관객 돌파 영화가 나왔다. 앞서 1년에 천만 영화 두 편이 나온 사례는 있었지만, 상반기 내에 한국영화 두 편이 모두 천만을 넘은 건 최초다. <파묘>와 <범죄도시4>의 대흥행으로 인한 낙수효과가 있었던 걸까.
여러 관계자들은 천만영화 등장으로 극장에 관객들이 더욱 몰릴 것이라는 낙수효과를 들며 대형 영화 중심의 공격적인 배급을 지지했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2017년~2019년) 평균 매출액의 약 72% 수준에 그쳤다.
우려스러운 건 두 편의 천만영화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저예산 한국영화가 모두 손해를 봤다는 점이다. 제작비 100억 원 미만, 손익분기점 200만 관객 규모인 중급 영화 중에서 올해 6월까지 200만을 넘긴 영화는 단 한 편도 없다. 그나마 7월 들어 개봉한 <탈주>와 <파일럿>이 200만 관객과 300만 관객을 넘기며 체면을 살렸다. 두 영화의 순제작비는 각각 80억 원과 60억 원 수준이다. 하반기, 특히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를 살짝 피한 배급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상반기 천만영화의 낙수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양극화 심화 현상, 도대체 왜?
<범죄도시4> 개봉 당시 일일 상영 점유율은 82%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이는 역대 최고 점유율에 해당한다. 평소 같았으면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극장 상황과 한국영화산업 침체를 해소할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중저예산 영화 입장에선 스크린을 힘들게 확보해도 개봉 2주 차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었기에 <하이재킹>처럼 수요일 개봉이 아닌 금요일 개봉을 울며 겨자 먹기로 택하는 사례도 나왔다.
이런 이유로 2024년 상반기 평균 관람 요금(객단가, 영화의 전체 매출액을 총 관객수로 나눈 금액. 이 금액을 극장과 제작사가 나눠 갖는다) 또한 3년 만에 1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영진위가 발간한 상반기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평균 관람요금은 9698원이다. 외국영화 및 특수관 영화들의 매출 감소가 주원인이라 분석하고 있지만, 이 또한 천만영화의 낙수효과가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앞서 일각에서는 <탈주>와 <파일럿> 사례를 들며 중급영화의 강세를 점치기도 했지만, 업계 분위기는 심상찮다. 과거 CJ ENM 투자배급으로 천만영화 흥행을 경험한 한 제작자는 "25년 영화 일을 하면서 기획 개발이든 촬영이든 계속 일을 붙잡고 있었는데, 이번처럼 일이 딱 끊긴 건 처음"이라며 "중급 예산 영화를 기획하고는 있지만 투자 심사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