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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30% 정도 삭감된 예산, 거꾸로 가는 영화정책에 독립영화인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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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정동진독립영화제가 2일 차에 역대 관객 수를 넘어섰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정동진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인 김진유 감독이 4일 밝힌 소회에는 영화제 흥행에 대한 들뜬 기분보다는 앞날에 대한 걱정이 더 많았다. 고무적인 흥행에도 왜 이들은 표정은 무거웠을까?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몰린 관객
지난 3일 토요일 오후 26회 정동진독립영화제가 열린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은 역대 최다 관객으로 붐볐다. 미어터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넒은 운동장이 관객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이들은 20~30대의 젊은 관객들이 절대다수였고, 영화 시작 2시간 전부터 긴 줄의 향연이 이어지고 있었다. 정동초등학교에 들어서면서 보이는 우산살 소녀가 앉은 포토존 앞으로 사진을 찍는 줄이 길게 형성돼 있었다. 영화제 기념품을 사기 위한 줄도 그만큼 길었고, 맥주 판매대 역시 한참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을 만큼 관객들로 인산인해였다. 뜨거운 열기가 조금씩 식기 시작하면서 일찍 온 관객들은 영화 보기에 좋은 자리를 미리 선점했다. 의자도 준비돼 있었으나 다수는 미리 준비한 돗자리와 모기장 텐트 등에서 음식을 먹으며 편한 자세로 앉아 스크린에 몰두했다. 정동진독립영화제만의 관람 문화였다. 재밌는 장면에서는 호탕한 웃음소리가 크게 퍼졌고, 영화가 끝날 때마다 이어지는 박수소리도 현장을 달구기 충분했다. 정동진독립영화제 따르면, 8월 첫째 주 금토일 3일간 개최되는 올해 26회 정동진독립영화제의 관객 수는 역대 최다인 1만4553명 관객을 기록했다. 개막일부터 흥행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역시나 첫날 관객 수는 6312명. 지난해 우천 등의 영향으로 1만 명 문턱을 넘지 못해 올해 목표를 1만 관객으로 정했는데, 첫날 관객 만으로 역대 최다 관객은 기정 사실이 됐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관객이 찾는 둘째 날인 토요일 관객은 6704명. 역대 일일 최다 관객 수였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정동진독립영화제의 평균 관객은 7~8천 명 안팎이었다. 코로나19 때 간신히 명맥만 유지했다가 코로나19가 끝나고 관객이 예전의 두 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었다. 3일 하루 관객이 예전 전체 관객 수와 비슷할 정도였고, 갑자기 폭증한 관객에 영화제 관계자들도 놀란 표정이었다. 전주영화제 문석 프로그래머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요즘 가장 뜨는 행사인 것 같다"며 이렇게 많은 젊은 관객들이 찾아오는지 몰랐고, 비결이 궁굼하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찾은 한 관객은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랐고,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20~30대라는 것에 놀랐다"라며 "젊은이들의 축제 즐기는 모습에 또한 놀랐다"고 말했다. 관객 늘고 규모는 커지는데 줄어든 예산에 막막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동진독립영화제를 준비하는 강원 독립영화인들은 예산 삭감에 마음이 무겁다. 익히 알려진 대로 올해 영화예산 대폭 삭감문제로 영화계 안팎에서 아우성이 나오고 있고, 정동진독립영화제 역시 마찬가지인 셈. 정동진독립영화제 측에 따르면 올해 예산은 지난해 2억을 웃돌았던 것과 대비해 30%(7천만 원)정도가 줄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서 평균적으로 지원받던 4천만 원 정도의 예산을 아예 받지 못한 게 큰 타격이었다. 관객이 많이 몰리는 행사일수록 상대적으로 편의시설 등이 확대돼야 하지만 올해는 줄여야 했던 것도 예산 때문. 최소한의 인원으로 행사를 감당하는 과정에서 부담도 커졌다. 늘어나는 관객들을 배려하기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 상영 외에 예전에 했던 감독과 관객의 접점을 좁히는 행사들이 모두 사라졌고, 초청해야 할 인사도 대폭 줄어들었다.영진위가 예산을 없앤 결과였지만, 정확히 말하면 윤석열 정부의 영화제 지원과 지역영화 지원 예산 전액삭감이 초래한 일이었다. 거꾸로 가는 영화정책에 독립영화인들의 가슴이 타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영화진흥위원회 지역영화 예산 전액삭감 및 영화제 지원 탈락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찾아와 주시는 관객과 영화인들 생각하면 멈출 수 없어 어떻게든 해내고 있을 뿐"이라며 "지원 없어도 잘하네? 라는 식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공교롭게도 올해부터 사라진 영진위 지역영화 지원사업의 성과는 이번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두드러졌다. 지난 3일 상영에서 관객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 땡그랑 동전상을 수상한 <꿈은 이루어진다>는 영진위 지원사업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강릉 태생인 남궁연이 감독은 고등학교 때 정동진독립영화제 온 것을 계기로 자원활동가로도 참여했었다고 한다.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으나 여기서 만난 지역 독립영화인들을 통해 강원영화학교 1기 극영화 제작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영화감독을 꿈꾸게 된 것이다. 김진유 정동진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잘 될수록 예산을 늘리기는커녕 있던 예산마저 없애는 게 안타깝다. 뭔가 새로운 것을 할 수 없다 보니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준 것 같아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다"면서 "내년에도 영화제를 굳건히 이어가겠지만, 예산에 대한 부담감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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