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나마유나스(사진 오른쪽)가 트레이시 코르테즈를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UFC 여성부 역사상 최강의 파이터는?'
'찐 격투기 팬'이라면 위와 같은 질문에 열에 아홉은 형님 혹은 격투 기계로 통하던 크리스 '사이보그' 산토스(39·브라질) 혹은 옥타곤 맹수로 위명을 떨친 '라이어네스(Lioness)' 아만다 누네스(35·브라질)를 첫손에 꼽을 것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였지만 '거대 주짓수 마녀' 가브리엘 '가비' 가르시아(38·브라질)에게 뜨거운 시선이 쏟아지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고의 파이터', '가장 인기있던 파이터'로 질문을 살짝 바꿔보면 답이 달라질 수도 있다. 최고와 최강은 비슷하면서도 살짝 의미가 다르고 인기는 실력과는 무관한 경우도 많다. 파이터로서 가장 우선시될 요소는 단연 실력임은 맞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 화제성 등이 함께 해줘야 프로로서 가치가 더 높다 할 수 있겠다. 아쉽게도 산토스, 누네스 등은 팬들을 끌어모으고 열광시키는 능력은 조금 부족했다.
UFC 여성부를 뜨겁게 달궜던 파이터로는 '암바 여제' 론다 로우지(37·미국)가 빠질 수 없다. 다소 막무가내로 우당탕탕 밀고들어가 부둥켜안고 넘겨뜨려 그래플링 싸움을 유발하는 등 파이팅 스타일은 다소 투박했지만 대부분 경기를 1라운드에 마무리지을 만큼 화끈하기 그지없었다. 거기에 캐릭터 자체가 워낙 매력적이었던지라 어지간한 남성부 슈퍼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지금은 말도 안되는 논쟁이 된 지 오래지만 한때 팬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역대 최고 복서 중 한명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7·미국)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주제가 핫하기도 했다. 여성과 남성의 싸움, 타격과 그래플링의 대결 등이 고르게 엮여 궁금증을 자아냈다고 할 수 있다.
그 외 로우지에게 첫패를 안겨주면서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은 '여자 크로캅' 홀리 홈(42·미국), 근성의 레슬링을 보여줬던 미샤 테이트(37·미국), '폴란드 공주' 카롤리나 코발키에비츠(38·폴란드), 주짓수 파이터 맥켄지 던(31·브라질), 전성기 누네스에 이어 체급 넘버2로 불린 발렌티나 셰브첸코(36·키르키스탄) 등이 있다.
이제는 액션배우로 유명한 지나 카라노(42·미국)같은 경우 활동시기 등의 이유로 UFC에서 뛰지는 않았지만 로우지 이전 최고 스타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로우지 이후 여성부 흥행을 이끌어갈 만한 선수로는 누가 있을까. 현시 점에서 가장 확실한 카드는 단연 '터그(Thug)' 로즈 나마유나스(32·미국)다.
스트로급의 전설, 플라이급에서도 대형사고?
나마유나스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된 것은 2017년 11월 UFC 217대회서 있었던 요안나 옌드레이첵(37·폴란드)과의 스트로급 타이틀매치부터다. 당시 옌드레이첵은 체급 내에서 적수가 없는 무적의 파이터였다. 엄청난 활동량과 체력을 앞세워 경기내내 상대와 타격전을 벌였는데 한 대 맞을 때 2~3대를 때리는 스타일로 매경기 압승을 거두곤 했다.
당시 나마유나스에게 타이틀 도전권이 온 것은 어찌 보면 행운도 따랐다. 클라우디아 가델라, 제시카 안드라데 등 체급내 강자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사실상 옌드레이첵의 대항마가 없었다. 더이상 내세울 카드가 없었던 주최측에서는 4승 1패의 성적을 거두고있던 유망주 나마유나스를 6차방어전 상대로 옥타곤에 세운다.
물론 반전에 대한 기대감은 거의 없는 분위기였다. 과거 옌드레이칙한테 압살당했던 카를라 에스파르자에게 참패하고, 입지상으로도 문지기급으로 불리던 나마유나스였기에 미스매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나마유나스는 기량도 기량이었지만 '옌드레이첵의 천적이 아닐까?'싶을 정도로 무서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경쾌한 풋워크로 옌드레이첵의 강력한 원투와 앞차기를 무력화시킨 것을 비롯 쉴 새 없이 페인팅을 섞어주며 묵직한 타격을 꽂아넣었다. 타격 횟수나 적중률 자체에서는 옌드레이첵도 만만치 않았으나 한 방의 위력이 달랐다. 당연히 들어가는 데미지도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무적을 자랑하던 옌드레이첵은 넉아웃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3대 스트로급 챔피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나마유나스는 이후 리벤지 성격으로 치러진 1차방어전에서마저 승리를 거두며 옌드레이첵의 시대를 사실상 종식시켜버렸다. 스트로급에서 전설을 쓴 나마유나스는 지난해 6월 월장을 선언했고 현재는 플라이급에서 뛰고 있다. 마농 피오로와의 대결에서 판정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이후 2연승을 기록하며 2체급 정복을 위한 순항에 들어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