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욕>의 한 장면.
해피송
물을 보고 물을 상상하고 물과 함께 있을 때 성적으로 흥분하는 일명 '물 페티시'는 실제로 존재한다고 한다. 영화 <정욕>의 중심이 되는 소재이기도 한데,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꽤 다수가 존재한다니 자못 충격적이다. 그들은 사람에게선 성적 흥분을 느끼지 못한다. 하여 극 중에서 요시미츠가 말하는 것처럼 '지구에 잠시 놀러 온 것처럼' 느낀다. 누구 하고도 진정으로 가까워질 수 없으니까.
'정욕'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무절제하고 쾌락적인 욕망 내지 이성을 향한 성적 욕망을 가리킨다. '올바르지 못한 욕망'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은 다른 뜻이다 '정욕'의 한자어가 '情慾' 아닌 '正欲'이다. 글자 그대로라면 '올바른 욕망'이다. 그런가 하면 영어 제목은 '(ab)normal desire'다. (비)정상적인 욕망, 뭐가 정상적인 욕망인지 정상적이지 않은 욕망인지 묻는 것 같다. 누가 정답을 말할 수 있을까.
영화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 중 히로키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또 요구되는 욕망의 삶을 살았다. 그는 이른바 '상식에서 벗어나는 욕망'은 말도 안 된다며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존재한다 해도 빨리 치워 버려야 할 대상일 뿐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비정상적이고 또 올바르지 않은 욕망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게 재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영화는 6명의 주인공들이 나와 2명씩 짝을 지어 이야기를 끌고 간다. 주지했듯 히로키를 제외하곤 일반적이지 않은 욕망을 지녔다. 접하기 어려운 캐릭터들이 다수 출연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펼치면서도 전반적으로 잔잔한 편이니 누군가에겐 지루하기 짝이 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방대한 스토리에 깊은 메시지를 전하는 원작을 최대한 그대로 영화화하려 했으니 과부하가 걸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현대 일본 사회문화는 잘못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