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 전 열린 AI워크숍에 멘토로 나선 데이브 클락.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챗GPT를 필두로 불붙었던 AI(인공지능) 관련 열풍이 영화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과연 장밋빛 미래일까. 지난해 7월부터 이어진 할리우드 영화 산업 노조의 장기 파업은 그 우려를 방증하는 사례다. 분명한 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요 글로벌 제작사, 그리고 칸 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들이 AI 영화에 문을 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발 빠르게 이런 흐름을 반영했다. 지난 3일부터 오는 5일까지 이어지는 'AI워크숍'에선 이 분야의 선구자 격인 데이브 클락이 참석해 강연 및 멘토링을 진행한다. 3일 오전 강연, 오후 멘토링에 참여한 그를 경기 부천시 웹툰센터에서 만날 수 있었다.
AI 프로그램 직접 써보니
모친이 한국인인 데이브 클락은 2006년부터 인텔, 휴렛팩커드(HP), 펩시 등의 광고를 맡으며 일찌감치 AI 기술에 눈을 떴다. 세계 최초 AI 제작자 커뮤니티인 큐리어스 레퓨지 소속 강사이기도 하다. 그가 만든 단편 <어나더>, 그리고 영화 <바비>와 <오펜하우어>를 합성해 만든 2분짜리 예고편 <바벤하이머>는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AI워크숍 참가자 앞에 선 데이브 클락은 "우리가 달성할 수 있는 품질은 획기적이라는 말보다 더 큰 수식어가 필요하다"며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그는 직접 여러 문장을 입력하며 문장이 이미지화되고, 그 이미지가 동영상이 되는 과정, 문장이 영화음악이 되는 과정을 시연했다. 그는 "챗 GPT를 이용해 단 일주일 만에 영화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며 "연중무휴 24시간 작업시킬 수 있고, 마블 시리즈 같은 거대 영화에 든 예산의 절반 수준으로 비슷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제조사인 런웨이는 최근 생성형 AI 영화 프로그램 젠3(GEN3)를 출시하며 데이브 클락 감독의 <바이킹 누아르>를 공개한 바 있다. 데이브 클락이 워크샵 현장서 예고편을 틀었다. 실제 카메라로 찍은 듯 자연스러운 액션에 참가자들은 저마다 휴대폰을 들고 촬영하며 현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데이브 클락은 "이런 기술이 두려울 수도 있지만, 창의적인 사람들은 모험가라고 생각한다"며 "AI 기술이 영화 산업을 어디로 이끌지 보고 싶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존 윅3 : 파라벨룸>의 시각효과 감독과 협업 중인 <닌자 펑크>라는 작품을 언급하면서 "영화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이 기술과 도구를 잘 이해한다면 프롬프트(명령어) 만으로 누구도 만들 수 없는 방식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후 멘토링 자리에선 60명의 참가자들이 16개의 팀으로 나뉘어 직접 생성형 AI 툴을 사용해 봤다. 해당 팀들은 5일까지 직접 기획하고 작성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단편영화를 완성해야 한다. 작품들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간 중 공개된다.
"아... 이거 안 되는데 확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
"알았다! 리프레이밍을 쓰면 될 것 같아!"
전원이 독립애니메이션 감독으로 구성된 '에이 아기'(AI 기술 초심자라는 뜻)팀은 <최후의 만찬>이라는 작품 작업에 한창이었다. 멸망한 지구에 남은 단 한 명의 인간과 모기가 벌이는 사투를 다룬 이야기란다. 주어진 주제가 SF와 환경이었기에 거기에 맞춰 세 감독이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작업 또한 세 등분해 각자 맡은 컷을 공유하고 있었다.
세 사람 모두 생성형 AI 툴 사용은 처음이었다. 송하연 감독은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작업이 손이 많이 가는데 이번 기회에 AI와 친해져 보기 위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AI 기술에 두렵진 않은지 묻자 박유선 감독은 "이대로 AI에 당할 수 없다. 양가감정이 들긴 하는데 제가 한번 잘 다뤄볼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AI 영화의 핵심 중 하나는 생성한 이미지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다. 비슷한 명령어를 넣어도 생성되는 이미지들이 각양각색이고, 비슷한 이미지가 나왔다고 해도 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이어붙이는 데엔 정교한 명령어가 필요해 보였다.
노경무 감독은 "수분짜리 짧은 예고편이나 홍보 영상엔 확실히 좋은 수단일 수는 있는데 AI로 장편을 만드는 건 아직 무리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송하연 감독 또한 "우리가 아직 툴을 잘 다루지 못하기도 하지만, 좀 더 정교한 작업의 경우 AI나 기존 작업 방식이나 시간이 크게 차이 날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전례 없는 빠른 발전 속도가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