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탈주> 스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탈주>는 '북한'의 리얼리티를 살리지 않아 오히려 신선하다. 글귀, 말투, 복장 등이 북한을 연상케 하나 미세하게 다르다. 꿈속이나 판타지 세상처럼 그려 현실감각을 붕 뜨게 만들었는데 그로 인해 형성되는 분위기가 미묘하게 흥분된다.
눈에 띄는 캐릭터는 현상이다. 러시아 유학을 다녀왔지만 군인이 되어야 하는 현실에 안주한 사람이다. 그동안 매체에서 다뤄진 북한 고위직의 보편성을 버리고 전체적으로 세련된 메트로섹슈얼 코드를 가미해 관능미가 도드라진다. 등장부터 심상치 않다. 보습에 신경 쓰는 립밤과 핸드크림으로 시작해 물티슈, 명품 시계, 전자담배 등 포마드 스타일로 완성된 우아함을 선보인다. 녹색과 적색 군복은 보색 대비를 이뤄 둘의 팽팽한 대립을 완성한다.
둘은 친분 있는 사이다. 규남의 아버지가 현상 가족의 운전사였고 둘은 형제 혹은 친구처럼 서로 의지하면서 자라왔다. 탐험가 아문센에 관한 책을 선물해 준 사람도 현상이다. 하지만 꿈과 현실의 괴리감은 컸다.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가 규남에게는 없었고, 제대 후 정해진 운명은 규남을 더욱 부추겼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던 군 생활이 오히려 나았을 정도로 국가의 부속품처럼 살아야 하는 고달픈 삶은 탈출을 앞당기기에 이른다.
그는 '내 운명은 내가 결정한다'는 일념으로 체제에 항거한다. 구속하는 시스템을 파괴하고 오직 목표를 향해 질주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부분 희생을 감수해야 했으나, 남한 땅에 정착하고 싶은 작은 소망은 열망으로 커진다. '실패하더라도 기회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게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목숨 건 질주의 답이 된다. 꿈을 향해 탈주를 결심한 규남과 규남을 쫓으며 잊고 있던 꿈, 내면의 탈주를 하게 된 현상의 각기 다른 신념이 부딪힌다.
러닝타임 시간 순삭, 리듬감 있는 템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