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서진이네2'
CJ ENM, 에그이즈커밍
의도치 않게도 <서진이네2>는 모처럼 < My Name Is 가브리엘 >이라는 경쟁 예능과 피할 수 없는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그동안 금요일 밤은 드라마 외엔 별다른 예능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영석 표 예능으로선 독주 체제를 장기간 이어온 시간대이기도 했다. 두 예능 모두 해외 촬영, 유명 스타 배우 출연 등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일단 첫 뚜껑을 연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서진이네2>의 우위로 드러났다. (전국 가구 시청률 6.8%-수도권 7.8%, 닐슨코리아 집계, 28일 전체 케이블 프로그램 1위 )
시청률, SNS 등을 통한 화제성 확보 측면에서 오랜 기간 금요일을 책임졌던 시리즈물의 귀환은 마치 익숙하면서도 검증된 식당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 현상을 방불케 했다. 여기엔 몇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나 PD표 예능은 단순한 관찰 예능을 넘어 시트콤 같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캐릭터쇼를 구축했기 때문에 고강도 재미를 찾기 위한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tvN 채널을 선택하거나 티빙을 통한 OTT 감상으로 프로그램에 큰 힘을 보태준다.
<윤식당>, <윤스테이>, <서진이네>시즌1, 지난해 10월 스핀오프 격으로 방영된 <출장의 신 - 서진이네 편>을 거치면서 출연진들은 각자의 확실한 예능 캐릭터를 마련해왔다. 이서진은 <삼시세끼> 시절부터 툴툴 거리면서도 후배들을 챙겨주는 츤데레 사장님으로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식당의 임원 역할을 맡고 있는 정유미-박서준 등은 약간 빈틈을 보이면서도 중간 관리자 역할을 통해 든든한 허리를 담당해준다.
▲tvN '서진이네2'
CJ ENM, 서진이네2
막내 라인격인 최우식 + 군복무 중인 뷔는 까불거리면서 때론 영업 방식에 반기를 드는 '예능 MZ 사원'의 성격을 장만하고 이서진 사장과의 재미난 갈등을 늘 유발시켜 웃음을 안겨줬다. 여기에 '열정 만랩' 고민시가 가세하면서 첫회부터 확실한 성격을 만들기 시작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장님 답게 선발 투수 로테이션 마냥 그날의 셰프를 선정해 하루 운영을 책임지는 틀도 신설했다. 오타니를 언급한 정유미를 향해 "나는 김성근 감독이야"라는 말로 스파르타식 영업을 선언한 이서진은 파격적으로 개업 첫날 셰프로 최우식을 지목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다채로운 CG 화면을 꾸며 <최강야구>를 패러디한 <최약야구>를 선보여 색다른 웃음을 동시에 안겨줬다.
이와 같은 식의 구조 설정은 단순히 유명 스타가 뭘 하는지의 단순한 화면 포착을 넘어 시청자가 마치 드라마, 코미디 속 이야기에 자신도 동화되는 과정을 연상케한다. 덕분엔 이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에그이즈커밍표 예능은 더욱 든든한 후원자들을 확보하면서 다양한 시리즈로의 변주 가능성도 마련한다. <삼시세끼>, 최근의 <지구오락실> 역시 이와 같은 방식에 활용되면서 확실한 인기 몰이를 이어갈 수 있었다.
기존 관찰 예능 틀 안에 갖힌 '가브리엘'의 약세
▲JTBC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JTBC, TEO
반대로 < My Name Is 가브리엘 >에선 이러한 요소의 부재가 시청자 흡인력의 상대적 열세로 작용한다. 착하고 사람 좋은 박보검, <무한도전> 시절부터 다채로운 성격을 부여받은 박명수가 1-2회 고군분투하긴 했지만 아직까진 단순한 관찰 예능의 범주 그 이상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전국 시청률 1.1%로 전주 대비 0.4% 포인트 하락, 닐슨코리아 집계)
관찰 예능의 대표주자인 MBC <나 혼자 산다>가 각자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과의 교류를 통해 캐릭터쇼 성격을 공유하면서 한계를 뛰어 넘었던 사실을 상기해본다면 <가브리엘>은 단순한 구조 설정 이상의 특별함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무한도전> 당시 '타인의 삶'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배경에는 멤버들 뿐만 아니라 서로 역할을 바꿨던 야구선수 이숭용 (현 SSG 랜더스 감독), 재활의학과 김동환 교수 등 일반인 출연자들의 예상 밖 예능감도 한 몫을 차지했었다. 내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예능적 재미를 생산한 것이었다. 반면 <가브리엘>에선 단순히 한국 연예인의 현지 생활 적응 그 범주에 국한된 내용을 담기에 급급하다.
원래 인물의 주변 동료들도 등장하지만 상대적으로 유기적인 결합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보니 예상 가능한 틀 안에서 이야기의 흐름이 전개된다. JTBC의 주요 프로그램이 재방영되던 기존 티빙이 아닌,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는 디즈니플러스를 통한 OTT 방영 또한 더 많은 시청자 확보의 문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이름값과 유명세를 감안하면 확실한 한방의 부재가 방영 초반 기세 싸움을 가르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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