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성 타이라 타츠로(사진 왼쪽)가 미국 베테랑 알렉스 페레즈에게 펀치를 날리고 있다.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일본은 오랜 시간 동안 아시아 종합격투기 최강국으로 군림했다. 한때 세계 최고의 단체로 꼽혔던 프라이드를 자국에서 운영하는 등 MMA 발전을 이끌어갔다. 브라질, 미국과 함께 빅3로 꼽혔을 정도다. 이를 입증하듯 'IQ레슬러' 사쿠라바 카즈시, '마하' 사쿠라이 하야토, '분쇄기' 카와지리 타츠야, '신의 아들'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 '미니탱크' 이시다 미츠히로, '도관십단(跳關十段)' 아오키 신야 등 쟁쟁한 선수들이 활약했다.
UFC에서도 마찬가지였다. UFC 31년 역사에 아직 아시아 남성 챔피언은 없다. 그나마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한 선수들이 4명 있는데 '코리안 좀비' 정찬성(2회)을 제외한 '손오공' 우노 카오루, '썬더' 오카미 유신, '닌자' 호리구치 쿄지 등 3인은 모두 일본 파이터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일본의 종합격투기 파이터들은 경쟁력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한국에 추격을 허용했다. 어디 그뿐인가. 양적으로 따지면 중국 파이터들에게도 밀리는 판국이다.
그런 가운데 UFC 챔피언 타이틀을 목표로 범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일본 선수가 있으니 플라이급에서 활약 중인 '뇌전(雷電)' 타이라 타츠로(24)가 그 주인공이다. UFC 플라이급(56.7kg) 랭킹 13위 타이라는 지난 1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페레즈 vs. 타이라' 메인 이벤트에서 자신이 왜 자국에서 격투천재로 불리는지를 입증했다.
5위 알렉스 페레즈(32‧미국)를 2라운드 2분 59초 오른쪽 무릎 부상에 의한 TKO로 꺾은 것. 스탠딩 백포지션에서 뒤로 넘어뜨리는 과정에서 페레즈의 오른쪽 무릎에 하중이 쏠리며 부상이 발생했다. 이로써 타이라는 16승 무패를 기록하며 UFC 톱5 진입이 유력해졌다. UFC 6연승으로 UFC 동아시아 파이터 최다연승 타이기록도 달성했다. 아직 한창인 나이를 감안했을 때 굉장한 커리어와 기세가 아닐 수 없다.
상대 부상에 의한 승리였지만 정상급 경쟁력을 보여줬다. 타이라는 근거리에서 훅 연타를 날리는 페레즈에 잽과 무에타이 클린치로 맞섰다. 1라운드는 유효타 숫자에서 밀리고 테이크다운도 한차례 당하며 내줬지만 2라운드에는 카프킥을 맞히며 앞섰다. 결정적인 승부수는 역시 그래플링이었다.
테이크다운을 아끼던 타이라는 2라운드 중반 기습에 성공해 페레즈를 그라운드로 데려갔다. 페레즈가 등을 보이며 일어나려 하자 순식간에 백포지션을 장악했다. 이어 양다리로 페레즈의 왼쪽 다리를 잠근 뒤 뒤로 넘어뜨리려고 시도했다. 페레즈가 넘어지는 과정에서 오른쪽 다리에 두 사람의 체중이 집중되며 무릎이 꺾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전 UFC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은 생소한 피니시 장면에 대해 '단순히 사고가 아니라 일부러 건 기술 같았다'며 설명을 부탁했고 이에 타이라는 '대 레슬러용 필살기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