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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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병적 도벽(Pathological stealing)'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처음에는 인정하기 싫을 수도 있을 테고, 어쩌면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귀엽게'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교육의 타이밍을 놓쳐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에서는 9살 늦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가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고민은 '금쪽이'의 도벽(盜癖)이었다.

첫 번째 영상에는 죄인처럼 사과를 하는 엄마의 모습이 담겼다. 금쪽이가 물건을 훔친 문구점 사장님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장면이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엄마는 금쪽이에게 "타고난 불량성이 있나"라며 탄식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도벽 문제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부적을 사기도 하고, 굿판까지 벌이기도 했으나 소용 없었다. 초등학교 2학년 금쪽이는 왜 남의 것에 손을 대는 걸까. 

처음 절도 행각이 시작된 건 1년 전이었다. 처음에는 많은 부모가 그러하듯 해프닝으로 생각해 가볍게 넘겼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 가방에 있는 카드를 가져가서 물건을 결제하는 등 정도가 심해져 심각성을 인지했다. 지난 1년간 배상해준 금액만 어림잡아 백만 원 가량이나 됐다. 오은영 박사는 아이가 상처를 입을까 봐 '물건을 가지고 온다'라고 표현하면 안 된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아이들이 물건을 훔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은영은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을 배우지 못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때 부모의 첫 반응이 가장 중요한데, 어리다는 이유로 가볍게 보면 잘못을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유의 개념이 희박한 경우도 있다. 아빠는 금쪽이가 갈증을 호소해서 계산 전 취식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고, 엄마도 같은 경우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많은 가정에서 하는 흔한 실수이다. 

집 밖으로 뛰쳐 나간 금쪽이, 결국 간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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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도벽 외에 다른 문제도 포착됐다. 게임을 하고 싶다고 보채던 금쪽이는 갑자기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며 막무가내로 행동했다. 폭력을 행사하더니 물건을 집어던졌고, 급기야 발로 엄마의 얼굴을 가격하기도 했다. 오은영은 "(아이들이) 대개 죄책감에 움찔하기 마련인데 가차 없는 모습"이었다며, "엄마의 고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말에 엄마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현재 'ADHD' 증상이 확실하다는 소견을 밝혔다. ADHD의 빈번한 행동 문제 중 도둑질과 거짓말이 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 예측을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은영은 ADHD로만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ADHD 증상이 있는 아이들 모두가 금쪽이처럼 도벽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엄마와 한 차례 갈등을 겪은 금쪽이는 다짜고짜 집을 나가려 했고, 엄마는 필사적으로 붙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금쪽이는 집 밖으로 뛰쳐나가더니 무작정 내달렸다. 자칫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금쪽이에게 '틱'이 발견됐다. 반복적인 목 꺾기, 얼굴 찡그림, 소리내기 등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이었다. 오은영은 '투렛 증후군'이라 판단했다. 

틱의 대표적인 원인은 ①스트레스로 인한 정서적 불안과 ②도파민 과다 상승이다. 즉, 금쪽이는 현재 심리적 불안이 높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불안이 높으면 겁도 많을 텐데 일상에서는 겁 없이 행동한다는 게 의문이었다. 주말 오후, 축구장에서 운동을 하던 금쪽이가 휴식 시간을 틈타 사라졌다.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얼마 후, 금쪽이는 어김없이 문구점에서 포착됐다. 

"ADHD 증상으로 많은 걸 설명할 수 있다면 차라리 낫습니다." (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의 거침없고 대담한 행각을 지켜본 후 재차 "금쪽이는 ADHD 문제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ADHD 아이들이 도둑질과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잘못을 인지하고 있지만 충동 조절이 안 될 뿐이지만, 금쪽이의 행동은 계획적이었다. 필요 없는 물건을 훔치는 이유는 긴장의 고조와 이완을 이용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다시 말해 훔쳤을 때의 만족감을 얻는 게 목표였다. 

늦둥이라 너무 오냐오냐했기 때문일까. 오은영은 장난감을 사주기로 했다면 미리 예산을 정하고 소비하는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달라는 족족 드러주게 되면 떼를 쓰면 통한다는 것을 학습하게 되므로 결국 인내심과 한계를 배울 수 없기 마련이다. 한계를 배우지 못하면 이후 한계에 봉착했을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려 들 것이 뻔하다. 금쪽이의 경우처럼 말이다. 

감정만 남아 있고 교육은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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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은 절도 충동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성인이 되어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당장 부모의 바른 지도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현장을 발각한 엄마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문구점에서 금쪽이를 발견한 엄마는 강제로 끌고 가려 했다. 금쪽이는 욕설을 쏟아내며 발길질로 대항했다. 경찰서 얘기를 꺼내는 엄마에게 달려들어 뺨을 때리기도 했다. 이성을 잃고 폭발한 엄마는 금쪽이를 두고 떠났다. 

"일단, 제 눈에는 보이는 게 (가정) 교육이 빠져 있어요. 감정은 이해하지만, 감정만 있지 교육이 빠졌어요." (오은영)

오은영은 교육의 부재를 언급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이 빠져 있다는 의미였다. 아이가 물건을 훔쳤다면,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가서 사과하며 정직의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또, 배상하는 과정을 직접 관찰하게 하고 상응하는 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런 과정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부모의 지도력과 권위가 필요한데, 현재 금쪽이 엄마는 그 힘을 완벽히 잃은 상태였다. 

반면, 금쪽이는 아빠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굴었다. 엄마에게 막말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다가도 아빠의 귀가 소식에 꼬리를 내리는 식이었다. 혼자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엄마는 아빠에게 이른다는 식으로 금쪽이의 행동을 제재했다. 엄마에게 금쪽이의 잘못을 전해들은 아빠는 사과를 명령했고, 금쪽이는 그 위압감에 짓눌려 엄마에게 사과했다. 금쪽이는 제대로 반성을 했을까. 

오은영은 금쪽이네 권력의 핵심은 아빠라는 점을 언급하며, 금쪽이 입장에서는 아빠에게 밉보이면 손해이기에 고분고분해지는 거라 설명했다. 반면, 엄마는 만만한 상대였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것이다. 또, '아이의 불안을 이용하는 통제'는 잘못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규범의 내재화가 이뤄지지 않으니 득실에 따라 행동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는 안 그러고 싶은데 그렇게 돼. 나 버리고 가지마." (금쪽이)

며칠 후, 금쪽이가 엄마에게 함부로 행동하는 것을 최초로 목격한 아빠는 극도로 흥분해 체벌을 시작했다. 공포에 질린 금쪽이는 저항하다가 "아빠도 교육을 잘못시켰어요"라고 반발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부모 탓을 했다. 상황이 점점 험악해졌고, 훈육은 부부 싸움으로 이어졌다. 화가 나면 체벌을 하는 아빠와 화가 나면 몸싸움을 하는 엄마, 제어가 되지 않는 세 식구는 변화할 수 있을까. 

오은영은 이 장면을 어떻게 봤을까. 그는 체벌은 단기적인 효과를 보이지만, 체벌 과정 중 부모가 보인 행동과 감정이 (아이에게) 평생의 상처로 남을 수 있으므로 쉽게 논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물리적 힘에 의한 공포를 경험하면 성인이 된 후에도 정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잘못을 체벌로 상쇄했다고 여기게 되면 잘못을 깨우칠 기회도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겁 많은 아이가 겁 없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어떤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나면 불안을 힘의 우위를 점해서 낮추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벽이 더 심해지고, 행동도 더 난폭해지는 것이다. 악순환의 반복이라 할 수 있다. 속마음을 털어놓은 금쪽이는 변화의 의지를 내비쳤다. 잘못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었다. 또, 문제만 일으키다 혼자 남을까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오은영의 금쪽처방은 '방전 가족 솔루션'이었다. 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채워넣어야 하지만, 금쪽이네의 경우에는 이미 꽉 차 있는 어떤 것들을 방전시킬 필요가 있었다. 예상했다시피 이번 솔루션도 쉽지 않았다. 예고편에는 금쪽이가 솔루션을 거부하는 장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빠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과연 금쪽이네는 이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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