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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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남부러울 것 없고, 흠잡을 데 없는 회스 가족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직장에서 수많은 부하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아버지. 하인들의 도움을 받아 하루종일 바쁘게 일하며 집과 가족을 챙기는 어머니. 아버지는 두 딸이 잠들 때까지 동화책을 읽어줄 정도로 가정적이고, 그 덕분에 4남매는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낸다.
그들의 행복한 집도 감탄을 자아낸다. 큰 주택 옆에 딸린 숲과 강은 한적한 오후마다 피크닉을 즐기기에 최적이다. 집 앞 널찍한 마당에는 각이 딱 맞는 모습이 인상적인 수영장과 정원도 있다. 그래서인지 회스 가족의 일상은 <사운드 오브 뮤직> 속 트랩 대령 가족마저 부러워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주인공들이 노래만 부르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회스 가족의 일상은 보기 메스껍다. 그들의 일상을 지탱하는 퍼즐 조각이 하나씩 밝혀지기 때문. 그들의 옷, 화장품, 장난감은 모두 아우슈비츠에 끌려온 유대인의 유품이다. 저택은 아우슈비츠 바로 옆에 위치한 관사이고, 헤트비히를 돕는 충실한 하녀도 유대인이며, 정원에 뿌려지는 거름은 유대인 시체를 태운 재 가루다. 회스가 몰두 중인 프로젝트마저 나치의 '최종 해결책'으로 밝혀진다.
무관심을 먹고 자란 일상
그런데 이 퍼즐 조각을 더 끔찍하게 만드는 주체는 따로 있다. 바로 회스 가족의 태도다.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하다. 헤트비히는 새로 받은 코트 주머니에서 립스틱을 꺼내더니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입술에 바른다. 그 주인이 바로 옆 수용소에서 어떤 일을 당하는지는 전혀 생각이 안 든다는 듯이.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첫째 아들은 무심하게 금이빨을 가지고 논다. 막내아들 '한스'는 처형 명령을 받은 유대인의 비명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게 "다시는 그러지 마"라고 말한다. 이들 중 그 누구도 정원을 가로막은 벽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을 신경 쓰지 않는다. 왜 거대한 굴뚝에서 낮에는 연기가, 밤에는 불길이 피어오르는 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회스 가족의 무관심은 음향 효과 덕분에 더욱 극대화된다.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영화는 유대인들의 아우성, 독일군의 명령, 발포음을 배경에 깔아 둔다. 하지만 회스 가족은 이 소리를 전혀 듣지 않는다. 새 울음소리와 비명이 같이 나도 그들은 새소리만 듣는다. 귀가 멀지 않은 이상 그들도 소리는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도 무관심한 나머지, 그들은 그 소리에 대해 고민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다소 독특한 영화의 시작과 끝도 이 맥락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제목을 보여준 후에 약 2분 정도 기묘한 음악으로 가득한 검은 화면을 보여준다. 또 엔딩 크레디트는 배경에 깔려 있던 아우성이 터져 나오는 듯한 사운드로 가득하다. 이는 관객에게 보내는 신호이자, 신호를 제대로 받았는지 확인하는 절차처럼 보인다. 회스 가족의 선택적 노이즈 캔슬링에 주목해 보라는 암시처럼 들리기 때문.
선택한 무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