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31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에는 만 8세, 6세(금쪽이) 남매를 키우고 있는 싱글 맘의 사연이 소개됐다. 4년 전 이혼 후 주변의 도움 없이 홀로 육아 중이었다. 엄마의 고민은 금쪽이가 한 달 전부터 욕설을 하는 등 공격성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엄마는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그러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과연 정말 그런 걸까.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의 아침은 유독 부산스럽기 마련이다. 금쪽이네 역시 등원 전쟁 중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어린이집에 가게 된 금쪽이는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누나에게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꾸중을 하자 이번에는 엄마에게 공격성을 보였다. 어린이집에 도착한 후에도 실랑이가 계속됐고, 엄마가 꿀밤을 때리니 "엄마랑 안 살아"라며 오열했다. 일주일에 3~4번은 있는 일이었다.

"안 그러던 아이가 그렇다면 나름의 이유가 있겠죠. 그 이유를 오늘 찾아보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오은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 오은영 박사는 한 달 전만 해도 괜찮았던 금쪽이가 변한 데는 까닭이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키즈 카페에 간 금쪽이네, 누나는 초등학교 2학년의 나이에도 계산을 무서워했다. 결국 금쪽이가 대신 음료수를 구입 후 누나에게 건넸다.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오은영은 누나의 어려움에 대해 질문했다. 엄마는 발달장애 자폐 진단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장애아동 가족이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은 장애 아동의 가족은 다양한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특히 손위 형제에게 장애가 있는 경우 비장애인 동생이 겪는 어려움이 크다고 언급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의지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금쪽이가 누나를 좋아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겠지만, 어린 나이인 만큼 힘든 건 당연하리라. 오은영은 누나의 어려움과 금쪽이의 공격성에 연관성이 있으리라 짐작했다. 

어린이집에 간 금쪽이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수업을 방해했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혼자 떨어져 있더니 갑자기 고양이 소리를 내고 네 발로 기어다녔다. 고양이처럼 행동하는 금쪽이를 친구들은 쓰다듬어줬다. 엄마는 누나가 많이 했던 행동이라 밝혔다. 오은영은 '후천적 자폐'는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반응성 애착장애(후천적인 양육 환경의 결핍)'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동물 흉내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은영은 친구들에게 관심받기 위한 행동이라며, 엄마가 누나의 동물 흉내를 예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오히려 그보다는 엎드려 있고 무기력한 모습이 '소아 우울증'이 염려됐다. 오은영은 어린 금쪽이에게 가족은 세상이 전부이기에 금쪽이의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엄마는 금쪽이가 알아서 잘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금쪽이는 뜨거운 계란찜을 당연한 듯 스스로 떠먹어야 하고, 잘 놀던 누나가 짜증을 부려도 잘 돌봐줘야 했다. 엄마는 누나의 어려움이 안타까워 상황 판단이 흐려져 있었다. 침착하게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금쪽이를 타박하기 바빴다. 만 6세에게 무조건적인 책임을 강요했다. '부모화된 아이' 금쪽이는 누나 돌봄에 붙잡혀 있었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놀랍고 충격적이에요." (오은영)

엄마가 잠시 외출한 후, 공포에 질린 듯 울고 있는 금쪽이의 모습이 포착됐다. 원본 영상을 먼저 본 오은영은 일부 장면만 시청자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누나는 자고 있던 금쪽이의 몸과 뺨을 때리고 내동댕이쳤다. 금쪽이는 소통이 어려운 누나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폭력은 갈수록 심해졌다. 누나는 도망가는 금쪽이를 쫓아갔다. 그 뒤의 영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너무나 충격적인 상황에 스튜디오의 MC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금쪽이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도망쳐 나간 후 울먹이며 도움을 호소했다. 마침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누가 문을 열어놨는지 묻더니 집 정리를 할 뿐이었다. 누나가 괴롭혔다고 울며 하소연하는 금쪽이에게 아무런 반응도 해주지 않았다. 금쪽이가 느꼈을 두려움과 실망감, 허탈함이 안타까웠다. 

"냉정하게 말하면 아동 학대에 들어가요." (오은영)

오은영은 금쪽이가 마치 맹수들이 있는 정글에 무방비 상태로 던져진 것 같다며 위급한 현장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과 유사하다고 비유했다. 전후맥락을 알고나니 금쪽이에게는 험한 욕설만이 자신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 보면 공격적 행동이 맞지만, 감정적으로 공포스럽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구조 신호를 보낸 거라 이해됐다. 

엄마가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금쪽이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엄마는 왜 저토록 무심한 걸까. 금쪽이의 신호를 어째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걸까. 일단, 오은영은 누나가 자폐 스펙트럼이 아니라 지적 장애로 의심된다고 진단했다. 자폐 스펙트럼은 타인의 감정을 해석하고 주변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만, 누나는 서툴기는 해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눈치가 빠르다는 점에서 자폐로 보기 어려웠다. 

"엄마는 함정에 빠져 있어요." (오은영)

엄마는 누나의 폭력성을 처음 목격했다며 충격에 휩싸였다. 오은영은 엄마가 함정에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딸이 한없이 가엽게 느껴졌던 탓에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걸 소홀히 한 점을 꼬집는 것이다. 오은영은 지적 장애도 여러 번 가르치면 습득 가능하므로 인간이 도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쌍하다고 끼고 돌면 아이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고 따끔히 꾸짖었다. 

한편, 엄마의 어릴 적 상처가 확인됐다. 친정 엄마와의 통화에서 "그때 왜 나를 안 지켜줬어?"라고 원망스럽게 물었다. 엄마는 반복된 폭력에 노출됐던 어린 시절의 환경에 대해 얘기했다. 또, 믿었던 사람에게 안 좋은 일을 당해 깊은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그 때문에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하루종일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대했던 이유였다. 

그 순간, 감동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잠에서 깬 금쪽이가 통화 중인 엄마의 등 뒤로 다가가 말없이 안아준 것이다. 금쪽이는 엄마의 아픔을 나누는 따뜻한 아이였다. 오은영은 엄마가 열심히 살아왔지만 과거의 상처에 매몰되어 있다며 이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지나친 죄책감을 갖기보다 자신과 아이들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 있어?"
"(엄마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 엄마가 내 말을 안 들어줘."


"누나가 괴롭혀서 같이 있고 싶지 않"다는 금쪽이는 "엄마가 나를 사랑해서 안아주면 좋겠"다는 소원을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작은 몸으로 저항할 수 없어 두려움에 떨고 있는 금쪽이를 보호해줘야 했다. 오은영의 금쪽 처방은 '엄마가 지켜줄게' 솔루션이었다. 오은영은 금쪽이와 따뜻하고 깊은 애정, 관심, 인정, 보호, 칭찬, 정서적 소통을 나눌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애착 치유 심리극'을 통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 엄마는 가상의 자긴을 밀어내며 상처와 직면하기를 거부했다. 심리 상담사는 용기를 내서 한 번은 마주할 필요가 있다며 격려했다.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외면했던 엄마는 두 손을 꽉 쥐고 가까스로 힘을 냈다. 그리고 마침내 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혼자 힘겹게 버텨야 했던 시절을 정면으로 대면하는 데 성공했다. 

금쪽이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엄마가 계속헤서 애정표현을 했음에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거부했다. 한참을 노력해도 한결같이 거절했다. 엄마는 '강한 엄마'에 도전하기 위해 금쪽이와 태권도장을 찾았다. 운동으로 우울했던 마음을 날려버리는 솔루션이었다. 처음에는 거부했던 금쪽이는 엄마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더니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다. 

변화의 첫걸음을 뗀 그날 밤, 금쪽이네는 깨끗해진 집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대로 살면 위험하다는 오은영의 경고에 따라 금쪽이와 누나의 공간을 분리한 것이다. 금쪽이의 허락을 받아야 공간을 넘어갈 수 있다는 규칙을 정하고 칼같이 지켜나갔다. 엄마의 노력 속에 금쪽이는 점점 밝아졌다. 엄마는 제작진에게 금쪽이가 사랑을 표현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늪에 빠져 있을 때는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더욱이 어린 시절의 상처에 매몰되어 있을 때는 바로 서 있기도 버겁다. 그럴 때 전문가가 필요하다. 모든 이들이 그런 기회를 갖기는 힘들 터, '금쪽같은 내새끼'가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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