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가 죽었다> 스틸컷
㈜콘텐츠지오
<그녀가 죽었다>는 극호감인 배우가 극비호감 캐릭터를 연기하는 차력쇼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관음과 관종의 서로 다른 캐릭터는 동정, 공감, 이해해 줄 마음이 털끝만큼도 생기지 않지만 끝까지 보게 되는 끌림이 있다.
기묘한 마음은 10년 전 김고은과 이민기 주연의 <몬스터>(2014)를 떠올리게 한다. 또라이와 사이코의 맞대결은 신선했다. 동네 '미친 여자'로 불리는 여성과 냉혈한 사이코패스 '살인마'라는 파격적 캐릭터의 등장을 알렸던 영화였다. 두 배우는 현재 최고의 연기력과 인기로 스타가 되었다.
10년 후 <그녀가 죽었다>는 타인의 일상을 훔쳐보는 남자와 남에게 일상을 보여주기 바쁜 여자의 잘못된 만남을 주선한다. 누구에게도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두 배우의 깊은 내공으로 캐릭터를 빚어 입체성을 부여한다. 이미 관음, 관종, 인플루언서, BJ, 스토커 등 범죄 영화 속 익숙한 소재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으로 독특한 스타일의 스릴러를 완성했다는 이야기다. 이해 받을 수 없는 캐릭터를 제대로 해냈을 때, 배우의 연기는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녀가 죽었다>는 변요한, 신혜선 두 배우에게 플러스가 될 영화다.
김세휘 감독은 "비정상, 비호감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는 게 위험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SNS라는 현대 사회의 소통 방식을 막을 수 없고, 부작용까지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관객이 동정할 틈을 주지 않도록 해야 했다"라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두 사람의 내레이션이 전후반에 교차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다. 이해 불가인 캐릭터의 행동을 조금이나 전달하기 위해 속마음을 드러내는 장치다. 초반 구정태를 통해 관객은 구정태의 시점에서 관망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듯한 목소리에 따라 극에 몰입할 수 있다.
이해불가 캐릭터 내레이션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