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공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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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이 한국에서 처음 공연되었을 당시, '하필 지금?'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의 일부분을 똑 떼어 만든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허물어 관객의 몰입감을 높이는, 이른바 이머시브(immersive) 뮤지컬이다.
이전에 미국에서 공연되었을 때부터 객석 사이사이를 배우들이 뛰어다니며 극장 전체를 무대로 사용하다시피 하고,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스킨십을 하는 등 직접 대면하는 장면이 많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하필 한국에 처음 소개된 시기가 팬데믹, 즉 관객과 함께 하는 퍼포먼스가 제한적인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궁금했지만 그때는 보지 않았다. <그레이트 코멧>의 진가를 느끼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쉬움을 삼킨 채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3년이 흘러 2024년 <그레이트 코멧>이 재연으로 돌아왔다.
방황하는 부유한 귀족 '피에르' 역에 초연 때 같은 역할을 맡은 케이윌을 비롯해 하도권과 김주택이 캐스팅되었고, 순수한 여주인공 '나타샤'에는 이지수와 우주소녀의 유연정, 박수빈이 분한다. 매력적인 젊은 군인 '아나톨'에는 초연에 이어 고은성이 다시 돌아왔고, 정택운(VIXX)과 셔누(몬스타엑스)가 함께 캐스팅되었다. 여기에 효은, 김수연, 전수미, 류수화, 주아 등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으며, 음악감독 김문정이 무대 한복판에서 직접 지휘와 피아노 연주를 펼친다. <그레이트 코멧>은 6월 16일까지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시작부터 사로잡는다
이 공연은 유독 다른 공연들에 비해 극장 직원의 시작 전 객석 입장 요청이 많다고 느꼈다. 공연 시작 10분 전에는 직원들이 극장 로비 곳곳을 돌아다니며 관객에게 빨리 입장할 것을 요청했다. 왜 그런가 했는데, 객석에 입장하고 나니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좌석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우들이 무대와 객석으로 걸어나왔다. 무대에서 객석의 관객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객석 사이를 걸어다니며 관객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관객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다니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아예 비어있는 객석에 앉아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배우도 있었다.
그렇게 배우와 관객이 함께 놀다가, 곳곳에서 연주가 시작된다. 여기서 <그레이트 코멧>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배우가 연주를 겸하거나 연주자가 연기를 겸한다는 것이다. 연주하고 박수받기를 반복하다 '발라가' 역을 맡은 배우의 주도 하에 안내 멘트가 노래로 울려퍼진다. 이어 '피에르'의 구호에 맞춰 첫 번째 넘버 'Prologue'가 시작된다.
여기서 또 하나의 특징을 발견했다. 공연 전과 시작을 나누는 명확한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극장 전체가 일시에 암전되거나, 지휘자가 인사를 하는 등 여타 공연들에서 공연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사용하는 의례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보는 이에 따라 공연의 시작점을 어디로 보는지 달라질 수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관객이 공연이 시작한 지도 모르고 즐기다 자연스레 공연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다.